[데스크라인]양적 완화의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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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선성장·후분배' 정책에 근간을 둬 왔다. 성장 지상주의라는 지적에도 한강의 기적을 쏘아 올리게 된 배경이었다. 88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한 '3저 호황'이 정점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국 경제는 제2 도약의 모멘텀을 잡지 못한다.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이 모두 경제 살리기를 제1 가치로 주창했지만 시장에는 온기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서민들은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부흥기를 맞이한 일본과 대비되면서 정부를 향한 질책과 비난도 커진다.

6년 전 한·일 양국의 처방은 같았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었다.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이었다.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났다. 아베노믹스가 쏜 '세 개의 화살'은 과녁을 명중했다. 2013년 이후 일본 경기는 살아났다. 엔저 정책은 수출을 늘렸다. 구조 개혁은 로봇 센서 등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체질로 변모시켰다. 잃어버린 20년은 과거가 됐다. 기업은 선순환 구조로 들어갔다. 일손이 모자랐다. 구인난에 처했다. 즐거운 비명을 질렀으며, 취업자 수는 급증해져 갔다. 실업률은 최저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6년 전부터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실시한 초이노믹스가 그것이다. 현 정부 역시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일자리 창출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철학에 기반을 둔다. 지금까지 수십조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입됐다. 추가 재정 지출도 예고돼 있다. 결과는 어떤가. 그 많은 돈은 휘발성이 강했다. 우리 경제 대사증후군을 해소시키는 신선한 피가 되지 못했다. 첫 번째 화살은 빗나갔다.

정부는 얼마 전 하반기 경제 목표를 수정 제시했다. 셀프 고백으로 이해된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당초 3.0%에서 2.9%로 하향 조정됐다. 신규 고용 목표도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낮춰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정 정국에 직면한 대기업은 투자와 고용 딜레마에 처했다. 중소기업은 내수 부진과 임금 상승이라는 벽에 부닥쳤다. 스타트업은 규제에 막혀 나아가지 못한다. 혁신 성장을 할 수 있는 구조 문제는 그 누구도 풀어 내지 못하고 있다. 혁신 성장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 정부 들어 15개월 동안 기억나는 규제 완화 정책은 소아당뇨 환자를 위한 의료기기 정책이다. 구조 개혁이라는 두 번째 화살의 동력도 힘이 빠졌다.

정부는 지난 15개월 동안 숨 가쁘게 달려왔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가시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경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 기간에 경제 분야 정책 정비 시간을 가져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심은 이반한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이후 국정 화두는 분명 '경제'여야 한다.

해법은 뭔가. 간단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중소기업 사장으로 사는 게 힘든 상황에서 누가 정규 직원 채용을 늘리겠는가. 수입이 아르바이트보다 적은 편의점주가 장사를 이어 갈 수 있겠는가. 일자리 창출은 정부가 할 수 없다. 기업의 영역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입한 그 많은 5만원권 지폐는 어디로 갔는가.

일자리는 정부가 만든다는 철학에 동의하기 어렵다. 일자리 창출 주체는 기업이고, 기업이어야 한다.

[데스크라인]양적 완화의 종언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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