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젠 車 '소유'보다 '공유'...카셰어링 '빅뱅'

[이슈분석]이젠 車 '소유'보다 '공유'...카셰어링 '빅뱅'

#서울 역삼동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종원(31·남)씨는 여의도 업체 방문을 위해 차량공유(카셰어링)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주변 빌딩에 주차된 소형차를 예약했다. 예약 차량에 다가가 스마트폰 앱으로 잠금 해제 버튼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업무를 마친 김씨는 회사로 복귀해 근처 주차장에 차량을 반납했다. 김씨가 카셰어링 차량을 3시간 이용하고 결제한 금액은 1만8000원이다. 같은 거리 택시 이용요금(3만원)보다 1만2000원을 절약했다.

전통 자동차 산업이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카셰어링 시장이 미래 자동차 시장 판도를 가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2020년 글로벌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44만대, 3조7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동 자유와 형평성을 높이는 카셰어링은 자동차와 플랫폼, IT, 금융 등 이종산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고지를 검색하고 있다.
쏘카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차고지를 검색하고 있다.

◇소셜 효과…공유車 1대로 개인車 '7.5대' 대체

국내 카셰어링 시장은 2030대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로 꼽히는 쏘카와 그린카 보유 회원 수는 640만명에 달한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 매출 규모는 2016년 1000억원에서 올해 3200억원, 2020년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카셰어링 시장 급성장 이유로 경제성과 친환경 교통, 공유경제 인식 등을 꼽는다.

국내 1위 업체 쏘카는 올해 6월 카셰어링 서비스 시작 7년 만에 보유 차량 1만 대를 돌파하며 다양한 소셜 임팩트 효과를 창출해냈다는 평가다. 글로벌 카셰어링 업체들이 1만5000대 차량을 보유하는 데 평균 15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 단축한 셈이다.

쏘카 차량 1만대는 일반 승용차 7만5000대 감축 효과를 만들어 냈다. 먼저 7만5000대는 약 26만평에 달하는 필요 주차면적을 줄여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소했다. 서울시 평균 지가로 환산하면 약 5조6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다. 카셰어링 차량 대체 효과는 갈수록 열악해지는 주차 공간과 교통 체증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편의점, 은행 등 다양한 곳과 제휴를 맺고 차량을 배치하고 있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편의점, 은행 등 다양한 곳과 제휴를 맺고 차량을 배치하고 있다.

경제 효과도 높다. 아반떼(AD) 차량 기준으로 신차 구매 대신 카셰어링을 이용할 경우 개인 기준 연간 약 421만원, 사회 전체 기준 약 3150억원의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2인 이상 가구 기준 가계 월평균 실질 소득 431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친환경 가치도 높다. 카셰어링 차량 1만대 운행 시 약 15만2155톤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30년된 소나무 230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나무 한 그루 당 면적으로 계산하면 여의도 32배 크기에 소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억제한 효과를 냈다.

쏘카 관계자는 “카셰어링 확대는 소유에서 공유로 소비 트렌드가 바뀐 것 이상 의미를 지닌다”면서 “카셰어링은 자동차 이용 방식 변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 경제, 환경 문제를 해결해가는 등 우리 사회를 가치 있게 하는 소셜 임팩트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사들도 카셰어링 업체들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쏘카는 올해 4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6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금은 빅데이터와 자율주행 기술, 사고방지 기술 등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 확대를 위한 이용성과 편의성을 개선에 활용된다.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가 도입한 아이오닉 전기차.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가 도입한 아이오닉 전기차.

◇카셰어링과 손잡는 IT 업계…AI·자율주행 시너지 기대

IT 발전은 카셰어링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결제 인프라가 진화하면서 상주 관리 인력 없이도 쉽고 편리하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IT 플랫폼 확산도 소비자들의 카셰어링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IT 업계는 카셰어링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분야 시너지를 위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온라인 기반 무인 시스템으로 이뤄져 AI, 자율주행 등과 결합 시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쏘카는 SK텔레콤과 협력해 자율주행차 기술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쏘카 차량 200대에 SK텔레콤 차량 관제 솔루션 리모트(Remote) ADAS를 탑재했다. 커넥티드카 핵심 기술 리모트 ADAS는 특수 장비를 이용, 차선 이탈과 앞차·보행자 추돌 위험 등을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했다. 지주사 SK주식회사는 2015년 쏘카 지분 투자에 이어 미국 P2P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에 투자했다. SK주식회사 보유 지분은 쏘카 28%, 풀러스 20%다.

그린카와 KT가 함께 선보인 인공지능 카셰어링 검색 서비스 이미지.
그린카와 KT가 함께 선보인 인공지능 카셰어링 검색 서비스 이미지.

그린카는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로 검색과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맞춤형 카셰어링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 협력도 추진한다. 카카오도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해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택시를 불러도 안 잡힐 때 카풀로 넘어가는 형태의 서비스를 선보인다.

카셰어링과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도 등장했다. 쏘카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은행 적금 가입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전용 적금 상품을 개발해 쏘카 할인 혜택과 포인트를 제공한다. 양사는 은행 지점에 차고지를 운영, 고객이 은행 업무 전후로 손쉽게 차량을 빌려 탈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전후로 도로에 등장할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카셰어링 시장 성장을 가속할 전망이다.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자 없는 차량이 호출 장소로 오는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현중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플랫폼에 관심을 기울이는 통신사 등 다양한 IT 업체가 자사 네트워크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카셰어링, 자율주행차 플랫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