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칼럼] 인구 소멸지역에 대한 '일자리 역발상'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 일자리본부장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 일자리본부장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SBA) 일자리본부장

올해 2월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을 끈 종목은 '컬링' 이었다.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 최고 팀들을 격파하는 모습은 국내를 넘어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위 '영미!'로 대표되는 이 선수들이 모두 경북 의성군 출신이라는 것을 전 국민이 다 알 정도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의성군은 인구유지율이 0.167 수준으로 국내 기초자치단체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급속히 인구소멸속도가 빠른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80여 곳이 급속한 인구소멸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곧 국가적 인구감소 못지않게 우리에게 곧 재난으로 다가올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미래에 어떤 대박을 터트릴지 모르는 수천년의 지역 역사와 사연이 쌓여있는 곳이고, 컬링처럼 우리만의 근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세계로 나아 갈 자원들이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당 지자체만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귀농귀촌 등 수많은 정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것 같다. 또 지방마다 축제와 관광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하루나 이틀정도의 단기방문 거리밖에는 없다. 조금 더 길게 머무르며 시간을 보내고 체험하고 해야 소비도 더하고 이주할 생각도 날 텐데 아쉬운 점이 크다.

일본 큐슈 남부에 위치한 사가현 다케오 시의 인구는 5만이지만, 방문객은 연 100만을 기록한다. 5년 전만해도 온천정도로만 알려졌던 이 곳은, '츠타야 서점'이라 알려져 있는 CCC 클럽이 다케오시의 공공 도서관을 디자인하고 운영한 뒤부터 방문객 증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일본은 20세기 초인 1916년 본격적으로 공공도서관을 보급, 당시 기준으로 4000여개에 이르는 도서관을 건립하며 전 국민 지식화 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한국은 현재 약 800개 정도다. 그것도 대도시에 집중하고 있다.

도서관은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창고다. 어쩌면 가장 창의적인 지식교류가 가능한 공간이다. 좀 더 거창하게는 인류 당대 최고의 역사와 문화, 인재는 도서관에서 탄생했다.

인류사의 가장 오래된 바티칸 도서관은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의 보스턴 시립도서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티니 대학 장서관, 이집트의 영광을 가져다 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같은 명소들. 하늘의 원리와 땅의 진실을 알고싶어 하는 인류에게 있어 늘 지식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도서관은 필요한 곳이다.

그럼 도서관만 늘린다고 인구가 유입될까? 유대인 공동체 키부츠 출신이 세운 미국의 위워크는 평범한 사무실 공간을 멋진 지식교류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매출 1조원이상의 스타트업)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공간을 넓혀 나가고 있다. 2015년 불과 2개이던 이러한 코워킹 공간이 서울에만 51개나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식과 경험이 흐르는 창의적 공간이면 사람들은 모인다.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생각이 합쳐지고 또 찢어진다. 그것이 창의요 창조, 그리고 혁신의 씨앗이 아닌가? 인구소멸지역의 다양한 문제도 이 혁신의 공간에서는 엄청난 기회 발전소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정부가 갈구하는 혁신성장 엔진이다.

도서관은 그것을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 공간이다. 그 공간이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츠타야 서점, 위워크와 같은 공간을 디자인 하고 운영할 줄 아는 마스다무네아키나 아담노이만 같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람들은 많다.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우리만의, 아니 각 지방만의 멋진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