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산분리, 안타까운 시민단체의 어깃장

시민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넷전문은행 현장간담회 당일 토론회를 열고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강하게 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우려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와 함께 금산분리 공약 파기라며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시민단체가 세미나를 개최한 배경은 명확하다. 한마디로 아직도 은행과 산업 자본을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얼마든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다양한 각계각층 의견은 현실성 있는 정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건전한 견제와 비판을 통한 결정이 훨씬 생산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치도 크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주장에 정연한 논리를 충분히 담고 주장이 맞더라도 더 큰 대의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집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시민단체 논리는 간단하다. 규제를 완화하면 국민 예금의 기업 사금고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은행을 동시에 보유한 재벌이 손쉽게 계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유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론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현실을 모르는 얘기다. 은산분리법은 이미 30년이 지난 구법이다. 1982년 은행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별다른 자금 조달 창구가 없던 당시에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업 유보 자금을 걱정하는 상황이다. 자금 조달 방법도 굳이 은행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자본시장에 상장하든지 채권을 발행하든지 외국은행을 통하든지 무궁무진하다.

우리 금융 산업 경쟁력은 꽉 막힌 규제로 세계 70~80위권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대한민국 IT 경쟁력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데 금융만큼은 딴 나라를 걸어 왔다. 오죽하면 시민단체 주장에 우호적인 문 대통령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마저 금융을 규제 개혁 신호탄으로 삼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다. 은산분리 없이는 어떤 규제 개혁도 공염불이다. 시민단체의 어깃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