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BMW '운행정지' 실효성 의문…'리콜 시정률' 강제해야

[이슈분석]BMW '운행정지' 실효성 의문…'리콜 시정률' 강제해야

정부가 긴급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BMW 리콜 대상 차량 1만9276대에 대해 사상 초유 운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국민 안전을 위한 특단의 조처가 나왔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운행정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강제 처벌할 조항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차주들의 개인 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20일부터 시행 예정인 리콜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이번 조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 조치 후 차주에 명령서 전달까지 수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라리 리콜 이행률 자체를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중대 결함에 대한 법안을 재정비하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나뉜 리콜 시행 기관을 통합할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가 BMW 운행정지 명령을 발표한 14일 서울 회현동 BMW그룹코리아 본사 모습.
정부가 BMW 운행정지 명령을 발표한 14일 서울 회현동 BMW그룹코리아 본사 모습.

◇운행정지 '실효성' 의문

정부가 자동차 결함과 관련해 운행정지를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적 근거가 없어 운행정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불과 몇 일만에 뒤엎었다.

현재 국토부는 독자적으로 결함 차량 운행을 정지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국토부는 자동차관리법 제37조에 따라 점검 명령과 함께 운행 정지 명령을 발동할 권한이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장에 운행정지를 요청했다.

점검 명령이 발동되면 차량 소유자는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며, 해당 차량은 안전진단을 위한 목적 이외 운행이 제한된다. 운행정지 목적은 처벌보단 계도에 있다. 일단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안전진단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운행정지 명령을 위반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가급적 처벌보다는 진단에 목적을 두고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행정지에 대한 최종 귀책사유가 개인이 아닌 차량을 제작한 회사에 있어 차주를 직접 처벌하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운행정지에 부정 입장을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차량 운행 중지는 전시 상황 등 최악 상황에 대비한 법령”이라면서 “BMW와 대책을 찾아 진단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지 처벌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받더라도 화재 사고 가능성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금껏 화재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진단 정확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다른 (결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진단을 정확히 진행해 (화재를) 막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8일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찾아 BMW 리콜 차량 결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8일 자동차안전연구원을 찾아 BMW 리콜 차량 결함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리콜 시정률 '강제 조항' 없어

BMW는 안전진단과 별개로 20일부터 본격 리콜에 돌입한다. 차량 점검 후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모듈 전체를 교체하거나 쿨러만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제작 결함을 바로잡는 리콜 시정률에 있다. 현재 국내 운행 차량 10대 가운데 3대는 리콜 명령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리콜 대상 차량이 늘면서 시정률은 2014년 92.1%, 2015년 85.3%, 2016년 72.3%로 해마다 하락세다.

특히 수입차 리콜 시정률은 70% 미만에 그친다. 국토부가 리콜 명령을 내리면 제조사는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우편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시정 방법 등을 알린다. 그러나 수입차는 리스나 장기 렌털 형태로 판매된 차량이 많아 실제 소유자 파악이 어렵다는 허점이 있다. 국산차보다 서비스센터가 적다는 점도 시정률이 저조한 이유다.

현행 리콜 제도로는 정부가 시정을 강제할 조항이 없다. 국토부는 제작사로부터 시정 조치 현황을 분기마다 보고받고, 저조할 경우 재통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시정률 자체를 강제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BMW 사례처럼 중대 결함에 대한 리콜 명령을 받고도 이를 점검하지 않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많다”면서 “정부가 서둘러 제도 허점을 보완, 시정률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리콜 컨트롤타워' 설립 필요성 대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중대 결함에 대한 리콜 이행 법안을 재정비하고 관계 부처를 떠나 리콜을 총괄할 정부 차원 리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BMW 화재 원인은 EGR이라는 특수성을 고려, 국토부와 환경부가 함께 검증해야 한다”면서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결함과 리콜을 관할할 대통력 직속 위원회 등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가 고도화되면서 결함과 리콜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국토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가 결함과 리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영역을 나눠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