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도 준비 '착착'

중국 AMEC의 건식 식각 장비.
중국 AMEC의 건식 식각 장비.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 내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핵심 장비 분야에서도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장비 성능이나 신뢰성은 아직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국내 업체에도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다수지만 연구개발(R&D)을 지속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국내 장비 업계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주요 설비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사에 장비를 납품하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큅먼트(SMEE)는 노광 장비가 전문이다. i라인, 불화크립톤(KrF), 불화아르곤(ArF) 노광 장비까지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재 반도체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일본 니콘도 이머전 ArF를 끝으로 더 이상 노광 장비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선 노광 장비를 다루는 회사가 없다. SMEE는 추후 ArF 보다 빛 파장이 짧은 이머전 ArF 노광 장비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 파운드리 회사 SMIC가 이 회사 노광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광 장비를 다루는 장비 기업이 중국에 있다는 걸 접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하이에 본사가 둔 어드밴스드마이크로패브리케이션이큅먼트(AMEC)는 중국 내 대표적인 장비 회사로 꼽힌다. AMEC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출신인 제럴드 인이 2004년 창업했다. 대부분 핵심 엔지니어가 어플라이드 식각 장비 사업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회사는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3D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에도 장비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나우라(NAURA)는 화학기상증착(CVD), 물리기상증착(PVD), 세정, 자외선 경화 장비 등을 다룬다. 이 회사는 종합 반도체 장비 기업을 표방한다.

업계 관계자는 “AMEC의 사례에서 보듯 선진 해외 장비 기업에서 일했던 전문가들이 속속 본국으로 돌아가 비슷한 장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외산 반도체 장비를 수입 판매하던 이들을 중심으로 직접 생산에 뛰어든 것과 달리 이들은 해외파를 중심으로 '국산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한국 기업에 부담스런 요인이다. 국내 장비 업체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주목하고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 업계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으나 중국 현지 장비 업체 경쟁력이 높아진다면 종국에는 '팽'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중국 장비 업체가 서서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