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선 한솔인티큐브 본부장 "금융권 AI 로봇, 상담원과 협업 관계 중요"

몇 해 전, 인공지능(AI)이 시장에 주요 기술로 자리 잡으면서 콜센터 상담원이 가장 먼저 사라질 직종으로 뽑혔다. 실제로 B2C 시장에서 AI 기술이 가장 먼저 상품화된 사례 역시 텍스트 기반 자동 상담봇 ‘챗봇’이다. 챗봇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장에 들어서기 시작했고 화상 상담, 스마트 브랜치 등 무인화를 꾸준히 시도해 왔던 금융권이 가장 활발하게 챗봇을 도입했다.

하지만 콜센터 상담 수는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의 출현, 온라인 플랫폼 사업의 활성화, 온오프라인의 옴니채널 구현 등, 비대면 채널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상담원의 수요 및 업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등장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던 챗봇은 상담원의 역할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FAQ)’이나 간단한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를 겨우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고광선 한솔인티큐브 상무(솔루션 사업본부장)는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챗봇 구축 업체들이 ‘자사의 기술적인 역량에만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즉, 콜센터구축업체나 솔루션 개발업체가 아닌 인공지능(AI)엔진업체들이 챗봇 업체로 전환하면서 챗봇 컨택센터 기반이 아닌 AI기술 위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20여 년 간 전문적으로 콜센터를 구축해 온 한솔인티큐브는 기존 콜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의 특징에 착안한 고객 관점 서비스 구현에 치중하고 있다.

AI는 학습 데이터를 세심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답을 알아도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답을 줄 수 없다. 컨택센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디지털에서 IP 컨택센터로 변화해 오면서 전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 채널들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솔인티큐브는 최근 부쩍 인기를 끌고 있는 컨택센터용 챗봇 역시 AI컨택센터 시대에 요구되는 또 하나의 채널 확장이란 시각에서 접근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각각의 채널은 서로 유연하게 연동되고 서비스가 연계돼 고객들이 어느 채널로 접촉하더라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고 본부장은 “인공지능 콜센터(이하 AICC)라고 해서 AI 기술만으로 완성 수 없다”고 말한다. 고객들의 관심은 AI 기술을 구현했는지 여부보다 얼마나 쉽고 빠르게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솔인티큐브는 인공지능 콜센터(이하 AICC)라고 해서 AI 기술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고객경험 최적화를 위해서는 AI 챗봇과 기존 콜센터 인프라가 밀접하게 결합해 챗봇의 편의성과 유인 상담원의 정확성을 모두 제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가 AICC로의 전환에서 고려하는 두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매끄러운 인프라 연동과 고객 데이터 분석이다.

컨택센터에는 다양한 고객 접점 채널이 있다. 각각의 접점 채널은 역할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접촉한 고객 개개인의 다양한 언행과 선호도, 상담 결과 등이 축적되어있다.

한솔인티큐브는 다년간의 컨택센터 구축 및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데이터들로부터 각 비즈니스에 적합한 서비스 주제 도출을 지원하며 실제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 대화(Dialogue) 시나리오를 쉽게 설계할 수 있는 툴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광선 한솔인티큐브 본부장 "금융권 AI 로봇, 상담원과 협업 관계 중요"

특히 기존의 대다수 컨택센터에서 채택하는 문자 기반 챗봇 외에 음성을 지원하는 음성봇인 로보텔러(Robo-teller)는 한솔인티큐브가 내세우는 으뜸 솔루션으로 꼽힌다. 로보텔러는 상담원 없이 전화를 받고 있다. 음성봇은 문자 입력 대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신속하고 간편하게 소통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노약자, 장애인과 같은)의 사용성 또한 높일 수 있다.

더군다나 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따로 마련해야 되는 챗봇과는 달리 기존 대표번호 자동응답시스템(ARS)에 쉽게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자랑이다.

일반적으로 컨택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카카오앱 같은 앱이 필요하지만 본인인증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반면 한솔인티큐브는 상담고객이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면 챗봇 외에 음성봇을 통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칠 수도 있도록 했다. 끊김없는 편리한 상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회사가 사용하는 AI컨택센터 구축에 들어가는 요소는 실시간 음성인식 엔진과 챗봇 엔진, 콜센터 주요 솔루션(CTI, IVR 등)을 접목해 고객과 통화하는 챗봇, 아이작(ISAC) 로보텔러 등이다.

그렇다면 AI컨택센터가 발전하면 어떤 변화가 올까. 고 본부장은 “아직까지도 AI 기술은 한창 발전 단계에 있다. 단순히 챗봇을 도입한다고 해서 단기간 내 대고객 서비스 품질의 비약적인 향상은 보장할 수 없다”며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기도 했지만 이상적인 AICC에서는 챗봇과 상담원 간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요구사항이나 서비스 프로세스 등은 아직 챗봇이 대체할 수 없다. 또한 감성적인 요소는 분명 사람 간의 상호 관계를 맺어야만 충족될 수 있다. 향후 상담원들은 이러한 가치 중심적인 업무들을 케어하고 챗봇이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큐레이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솔인티큐브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체 솔루션으로 상담원 지원 솔루션인 ‘에이전트 어시스턴트(AA)’를 통해 상담원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 등을 가이드해 주고, 초보 상담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상담원들이 정보 습득에 집중하기보다 고객과의 대화에 더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해준다.

한솔인티큐브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 콜센터 플랫폼 ‘아이작(ISAC)’ 브랜드를 출시했다. 아이작은 구축형과 클라우드형을 모두 지원한다. 대고객 솔루션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대고객 서비스 상담원과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데이터 기반 분석및 학습을 위한 날리지인사이트(Knowledge Insight), 콜센터 인프라와 연동을 위한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 자연어 처리를 위한 인공지능 엔진 인텔리전스(Intelligence)로 총 5가지 솔루션으로 아이작 스위트(ISAC Suite)를 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챗봇 구축 시, 프론트오피스와 백오피스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고 본부장은 향후 전략 및 레퍼런스사이트에 대해 “원래 카드사와 보험사를 주고객으로 삼고 있어 전략고객으로 보고 있다"며 "연내 대형 레퍼런스 사이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항준 기자 (j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