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10년 뒤는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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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방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내린 제1호 업무 지시다.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설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전임 대통령 탄핵 속에 급박하게 치러졌다. 국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운 상황이 반년 가까이 지속된 터였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문재인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가장 먼저 챙긴 것이 '일자리'였다. 자신의 공약대로 일자리위를 실설했다.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직접 매일 챙겨 보겠다고 했다. 상황판 설치를 두고 보여 주기 식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임기 초반 대통령 특유의 적극성으로 이해했다.

다양한 일자리 정책이 뒤따랐다. 소득 주도 성장 기치 아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이어졌다. 14조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비롯해 뭉칫돈이 일자리 창출에 투입됐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 지시가 내려진 이후 15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떤가. 모두가 아는 대로 일자리 정책 성과는 좋지 않다. 최근 수개월 동안 월간 고용통계가 나올 때마다 '쇼크' '참사' '재앙'이라는 격한 표현이 언론 입길을 탔다. 다음 번 고용통계 발표에서도 좋아지지 않으면 어떤 수위의 단어를 택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다.

휴일인 지난 19일 여당과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모여 긴급 당정청 회의까지 했지만 해법을 찾았는지는 모르겠다.

고용 상황이 좋지 않다는 문제는 모두가 공감한다. 인식은 다르다. 정부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기존 정책을 심화시켜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문제가 드러나도 정부가 한 번 정한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해찬 후보는 최근 고용 악화에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성장 잠재력이 매우 낮아져서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어지간해서는 한 나라 경제가 1년 만에 '저질 체력'으로 둔갑하지는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 말은 오히려 현 정부가 곱씹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고용·성장 정책이 잘못되면 그 여파는 이 정부 임기에만 끝나지 않는다. 다음 정부, 그다음 정부까지 발목을 잡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무작정 정책 실험을 이어 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자리 문제를 풀 수 있는 100% 정답은 애초 없을지도 모른다.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정책을 적용하며 100%에 가까운 효과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9일 당·정·청 회의에서 “그동안 추진한 경제 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겠다”고 했다. 정부 책임자로서 원론 수준의 언급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재검토는 분명 필요하다.

같은 회의에서 나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말대로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지금은 '조금'이지만 여파는 10년 뒤까지 이어진다. 10년 뒤 여당 대표 입에서 “전 정부, 전전 정부 정책 실패 탓에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똑같은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데스크라인]10년 뒤는 누가 책임지나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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