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0만원짜리 '갤럭시S6' 분해해보니···가짜 부품 덕지덕지

갤럭시S6 진품(왼쪽)과 갤럭시S6 모조품.
갤럭시S6 진품(왼쪽)과 갤럭시S6 모조품.
갤럭시S6 진품(왼쪽)과 갤럭시S6 모조품.
갤럭시S6 진품(왼쪽)과 갤럭시S6 모조품.

용산전자상가에서 구매한 갤럭시S6 가격이 정가 6분의 1, 중고폰 시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이유는 제품 분해 이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사실상 복제가 거의 불가능한 메인보드를 제외하곤 모든 부품이 중국에서 초저가에 구입할 수 있는 '가짜'라는 것이 공식 판명됐기 때문이다.

◇'천성(天成)' 흔적 남긴 짝퉁 갤럭시S6

“갤럭시S6 제조 과정에서 주요 부품에 천성(天成)이라는 붉은색 도장을 찍지 않습니다.”

용산전자상가에서 10만원에 구입한 갤럭시S6를 직접 분해한 스마트폰 전문 엔지니어가 건넨 첫 마디다. 갤럭시S6를 받치고 있는 브래킷 안쪽에는 '천성'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삼성전자 측에서도 “갤럭시S6 제조 공정에서 '천성'이라는 한자를 부품에 새긴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요 부품에 모조품이 탑재됐다는 것이 공식 확인된 것이다.

갤럭시S6 모든 부품을 받치고 있는 브라켓 안쪽에는 천성(天成)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갤럭시S6 모든 부품을 받치고 있는 브라켓 안쪽에는 천성(天成)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짝퉁 갤럭시S6 전체적 외관은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후면에는 SK텔레콤 용으로 유통됐다는 것을 상징하는 'band LTE'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KC인증 마크가 없다는 점 △band LTE 인쇄가 구불구불하게 됐다는 점 △카메라 옆 플래시에 보호유리가 덥혀 있지 않다는 점 등 세 곳에서 가짜 부품이 들어간 흔적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는 “국내에서 SK텔레콤이 유통한 갤럭시S6 하단에 KC인증과 IMEI, 시리얼 넘버 등이 적혀 있지 않은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면서 “후면뿐 아니라 측면을 감싸고 있는 메탈 소재 부품도 전부 가짜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짝퉁 갤럭시S6는 뾰족한 막대를 틈새로 넣었더니 쉽게 기기를 분리할 수 있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짝퉁 갤럭시S6는 뾰족한 막대를 틈새로 넣었더니 쉽게 기기를 분리할 수 있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엔지니어는 갤럭시S6를 분해하기 전부터 겉 케이스가 가짜 부품이라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래킷에 접촉돼 있는 후면부를 떼어내려면 열을 가한 후 특수장치를 활용하는 방식이 기본인데, 짝퉁 갤럭시S6는 뾰족한 막대를 틈새로 넣었더니 쉽게 기기를 분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면 케이스는 크기도 맞지 않을 뿐더러, 양면테이프 접착 상태도 조악했다.

진품의 경우 NFC 안테나가 배터리에 부착돼 있지만, 짝퉁 갤럭시S6는 NFC 안터네와 배터리가 서로 붙어 있지 않았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진품의 경우 NFC 안테나가 배터리에 부착돼 있지만, 짝퉁 갤럭시S6는 NFC 안터네와 배터리가 서로 붙어 있지 않았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제품을 분리했더니 검정색 얇은 막이 먼저 보였다. 엔지니어는 해당 부품이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진품의 경우 NFC 안테나가 배터리에 부착돼 있지만, 짝퉁 갤럭시S6는 NFC 안테나와 배터리가 서로 떨어져 있었다. 가짜 부품으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기초 조립 공정까지 미처 베끼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도 가짜 부품으로 채워졌다. 짝퉁 갤럭시S6 배터리에는 제조자가 '동관 ATL(Dongguan Amperex Technology Limited)'로 적혀 있었지만 엔지니어 감정 결과 유사한 스티커만 붙인 가짜 부품이라는 게 금세 탈로 났다. 삼성전자에서 배터리 시리얼 넘버를 확인한 결과 기존에 출하된 리스트에도 포함되지 않은 배터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짝퉁 갤럭시S6에는 제조자가 동관 ATL(Dongguan Amperex Technology Limited)로 적혀 있었지만 엔지니어 감정 결과 스티커만 붙인 가짜 부품이라는 게 밝혀졌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짝퉁 갤럭시S6에는 제조자가 동관 ATL(Dongguan Amperex Technology Limited)로 적혀 있었지만 엔지니어 감정 결과 스티커만 붙인 가짜 부품이라는 게 밝혀졌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엔지니어는 “메인보드는 기존 갤럭시S6 중고폰에서 재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외관상태가 많이 안 좋은 제품은 중국에서 2만~3만원에도 거래 가능하기 때문에 메인보드만 기존 것을 재활용하고 나머지를 전부 저가 부품으로 채워 마치 새 상품처럼 둔갑시킨 사례”라고 강조했다.

◇'박스 구성품'도 100% 가짜

갤럭시S6 스마트폰 이외에 박스 구성품도 전부 가짜로 제작됐다. 제품보증서는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기만하겠다는 의도는 물론, 삼성전자 공식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갤럭시S6 스마트폰 이외에 박스 구성품도 전부 가짜로 제작됐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갤럭시S6 스마트폰 이외에 박스 구성품도 전부 가짜로 제작됐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엔지니어는 짝퉁 갤럭시S6 사용설명서 및 제품보증서가 △글씨체 △구성방식 △글자크기 △내용 등 진품과 전부 상이하다고 결론지었다. 제품설명서에는 사용 시 주의사항 이외에도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삼성전자 고객 불편 상담센터 △SK텔레콤 고객센터 △SK텔레콤 T맵 내비게이션 △SK텔레콤 국제로밍 △SK텔레콤 미납관리센터 연락처 등 상세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가 아닌 '삼성전'이라고 인쇄된 부분을 통해 저급한 제작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엔지니어는 전부 한글 설명서라는 점을 고려, 국내에서 짝퉁폰 전용으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갤럭시S6 단일 기종만으로도 짝퉁폰이 국내에 대량 유통됐을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케이블에는 제조사 로고가 적힌 스티커가 부착됐는데, 삼성(SAMSUNG)이 아닌 삼송(SAMSONG)이 눈에 띄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케이블에는 제조사 로고가 적힌 스티커가 부착됐는데, 삼성(SAMSUNG)이 아닌 삼송(SAMSONG)이 눈에 띄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제품보증서에는 '저희 삼성전자에서는 품목별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따라 아래와 같이 제품에 대한 보증을 실시합니다'라는 구체적인 문구가 포함됐고 '제품 보증기간은 1년, 부품 보유 기간은 4년'이라는 실제 미적용 사항까지 소비자에게 안내되고 있었다. 보증 받을 수 없는 제품을 속이는 행위다.

갤럭시S6 충전기도 인쇄 상태가 진품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진품은 검정색으로 인쇄가 되지만 가품은 옅은 회색으로 인쇄 잉크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전기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USB C타입 케이블에서도 가짜 부품 흔적이 적나라하게 포착됐다. 케이블에는 제조사 로고가 적힌 스티커가 부착됐는데 '삼성(SAMSUNG)'이 아닌 '삼송(SAMSONG)'이 눈에 띄었다. 상표권 위반을 피할 목적보다는 제작 과정이 허술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폰 역시 SAMSUNG 로고가 박혀 있었지만 브랜드를 도용한 모조품에 불과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시장전문가는 갤럭시S6 짝퉁폰 국내 유통 경로를 두 가지로 추정했다.

중국에서 가짜 부품을 구입한 후 국내여 들여와 제품을 조립했을 가능성이다. 또 다른 예상 경로는 중국에서 조립까지 모두 완료한 후 국내에 들여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후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조언했다.

엔지니어는 “갤럭시S6 짝퉁폰은 소비자가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으로 만들어졌지만 전문가가 한눈에 가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저급한 수준”이라면서 “유통점에서 10만원에 판매했어도 여러 유통 경로를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가가 5만원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