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망 이용대가 역차별,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내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업체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미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고화질(UHD) 영상 제공이 필수지만 화질이 높아지면 망 이용 대가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초고화질 영상은 현행 고화질(HD) 영상보다 트래픽이 4배 증가한다. 망 이용 대가도 그에 비례해 상승한다. 실제로 국내 동영상 콘텐츠 제공업체 가운데 초고화질 서비스 추진 계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사 비즈니스에 고화질 동영상을 활용하려던 유통 플랫폼도 망 이용 대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 동영상 도입을 보류했다.

그러나 유튜브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는 안방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며 고사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펄펄 날고 있다. 국내업체와 달리 글로벌 CP는 한국에서 망 이용 대가를 거의 또는 아예 지불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내 이용자가 보는 UHD 영상 대부분이 현재 유튜브다. 다소 여유가 있는 네이버TV와 카카오TV조차도 UHD 영상은 적고 HD와 풀HD 영상이 주를 이룬다.

국내 전문가들은 망 이용 대가 협상을 앞둔 페이스북과 넷플릭스가 유튜브와 비슷한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킨다면 앞으로 국내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는 외국계에 안방을 고스란히 내줘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영상 광고 시장 점유율이 이를 방증한다. 올 상반기 금액 기준 점유율은 유튜브 40.7%, 페이스북 32.4%로 글로벌 CP가 73%를 넘었다.

망 이용 대가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차세대 동영상 시장은 외국계가 독주하는 시장이 된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국내 업계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역차별 해소를 위해 사업자 계약 관계, 시장 현황 등 실태 연구와 망 이용 대가 관련 적절한 절차와 투명성 확보 장치 검토에 들어갔다.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 트래픽 관리를 합리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글로벌 CP 간 힘의 균형도 반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망 중립성 원칙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국회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