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면초가 알뜰폰,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알뜰폰이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다. 통신사업자 저가 신규 요금제가 알뜰폰으로 불똥이 튀었다. 월 3만3000원에 데이터 1~1.3GB를 제공하는 요금제 출시와 맞물려 알뜰폰 가입자가 7월 한 달에만 2만명 이상 빠졌다. 알뜰폰 사업자가 밝힌 번호이동(MNP) 현황에 따르면 4월까지 순증을 지속한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5월부터 순감으로 돌아섰다. 5월 9149명에 이어 6월 7211명, 7월에도 2만721명이 이탈했다. 일시성 감소로도 볼 수 있지만 시점이 저가 요금제 출시와 맞물린 점에 비춰 볼 때 분명한 인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알뜰폰 사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도매 대가 협상도 난항이다. 대용량 데이터 구간 인하율에 대한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 소비 패턴이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면서 대용량 데이터는 알뜰폰 사업 승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중재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앞길도 첩첩산중이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보편요금제가 통과된다면 알뜰폰은 존폐 위기로까지 몰릴 수 있다. 전파 사용료는 내년 말까지 감면을 연장해 한숨을 돌렸지만 이 또한 한시성 조치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가입자가 늘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기울어진 수익 구조다. 80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모았지만 정작 업계는 서비스 출범 때부터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64억원 적자였고, 지금까지 누적 손실은 3534억원에 이른다.

알뜰폰은 통신요금을 낮춘다는 취지로 2011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자 규모가 보여 주듯이 성과는 나쁘지 않다. 기본료 폐지 등으로 저가 요금제에 앞장서면서 통신료를 낮추는 데도 기여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확실한 정부 입장이 중요하다. 보편요금제와 같은 인위적인 카드를 쓸지 새로운 사업자 육성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형태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어정쩡한 정책은 불필요한 시행착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 사업자, 국민 모두에게 손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