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혁신도시, 지방의 외딴 섬으로 전락하나? 공공기관 연계 혁신클러스터 구축 절실

[이슈분석]혁신도시, 지방의 외딴 섬으로 전락하나? 공공기관 연계 혁신클러스터 구축 절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2005년 말 혁신도시 입지가 선정됐고, 2007년 혁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됐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8월 말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에는 이전 대상 공공기관 113개 중 110개 기관이 이전했다. 공공기관 97.3%가 이전을 완료했고, 해당 직원 3만8000명이 혁신도시에 자리잡았다.

이것으로 공공기관이전사업 목적은 달성된 것일까? 정답은 '아니오'다.

공공기관이전 취지는 국토균형발전이다. 공공기관이 지역산업과 밀접하게 연계, 혁신도시가 산업생태계 혁신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공공기관은 수도권에서 해왔던 본연의 업무 수행에 급급하다. 해당 지자체와 대학, 기업은 여전히 공공기관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도시가 지방산업과 단절된 '외딴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혁신도시내 산학연클러스터 용지 입주는 계획면적 대비 20%에 그쳤다. 혁신도시 입주기업 대부분은 지역내 중소기업이다. 고용규모도 1만1000명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당초 공공기관이전을 통한 신규고용이 13만개가 될 것으로 추산했었다. 계획대비 10분의 1도 안된다.

부산과 대구, 광주·전남 등 대도시 인접 혁신도시를 제외한 나머지는 혁신도시 기업입주율과 신규고용인력수가 이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이 최근 자료를 통해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공공기관 연계 기관 및 민간기업 유치 절실

도시 모습을 갖춘 혁신도시가 지방 산학연 클러스터로써 성장거점 역할을 못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공공기관 산하기관 및 민간협력업체의 동반이전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전국혁신도시협의회도 지난 7월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공공기관 연관기업 동반이전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나주혁신도시는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한국전력공사 본사를 중심으로 한전KDN, 한전KPS, 한국전력거래소 등 전력산업 관련 연관기관이 한 곳에 집중했다. 전력관련 기업을 혁신도시로 유인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대구혁신도시의 한국가스공사, 경북김천혁신도시의 한국도로공사 등 본사만 내려와 있는 상당수 혁신도시는 관련기관 유치에 동력을 상실했다,

이민원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는 “혁신도시가 지역거점 산학연클러스터가 되려면 공공기관 산하기관과 협력기업들이 입주해야 하는데 공공기관은 의지가 부족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유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재호 대구경북연구원 수석연구원도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본사와 연구개발(R&D) 기능을 하는 조직이 함께 내려와야 혁신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한데 본사만 내려와 세금만 지방에 내는 것은 지역산업진흥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관계자는 “혁신도시에 공공기관과 연관되는 민간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려면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석대 이종원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지역산업 진흥을 위한 혁신도시정책의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혁신도시가 산학연클러스터로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혁신도시가 기존 산업단지가 아닌 이전공공기관 중심으로 입지가 결정돼 산업집적지로서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결국 새로 조성된 혁신도시가 산학연클러스터로 구축되려면 공공기관, 대학, 기업, 자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산학연협력의 주체가 되야할 대학 역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전공공기관과 대학간 협력은 107개 공공기관 가운데 68개(63.4%)만 협력하고, 나머지 39개는 전혀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혁신도시 산업생태계 이끌 컨트롤 타워 부재

혁신도시가 '나홀로 도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지원해줄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혁신도시협의회가 있지만 혁신도시가 위치한 지자체장으로 구성돼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실질적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혁신도시 실무담당이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

공공기관 관련 R&D조직, 대학연구소, 민간기업을 효과적으로 유치하려면 공공기관과 지역 기관 및 기업을 하나로 묶고, 클러스터의 실질적 분양을 책임질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발표된 혁신도시 관련 연구용역 보고와 전국혁신도시포럼 측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컨트롤 타워를 조직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오히려 지난 3월 기존 공공기관지방이전사업추진단을 혁신도시발전추진단으로 개편하면서 기능을 강화했다. 추진단을 통해 공공기관 연관 민간기업을 유치하는 등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은 범부처 차원에서 다양한 부처간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직이며,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연관기관 및 민간기업을 유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산학연클러스터 부지 활성화 위한 세부 전략 필요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제15차 경제관계장관회의' 논의를 거쳐 혁신도시 기업 입주 및 창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2년까지 혁신도시 입주기업을 1000개로 늘리고, 고용인원 2만명 달성이 주요 골자다.

국토부가 올 11월쯤 마련할 '혁신도시 시즌2'에 앞서 혁신도시에 혁신과 창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발표였다. 기업과 대학 등 집적을 위한 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 입주가 계획면적 대비 20%에 그치자 부랴부랴 마련한 대책이다.

이에 대해 손병석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장은 “2022년까지 10개 혁신도시에 각각 발전재단을 설치, 기업지원센터를 운영해 산학연 협력거버넌스 촉진에 나선다”면서 “혁신도시가 지역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역과 함께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부계획으로 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 활용을 높이기 위한 토지의 탄력적 분할 및 합병, 클러스터 입주기업에 대해 3년간 사무실 임차료 및 분양대금 이자 최대 80%까지 매월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클러스터 부지에 대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빠져 있고,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분담에 대한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혁신도시 관련 한 전문가는 “혁신도시가 지방의 외딴섬이 되지 않으려면 공공기관 및 연계 R&D 기관, 대학, 기업이 모여드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각 혁신주체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협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쯤 혁신도시별 발전테마를 담은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각 지역별로 혁신도시 발전전략을 짜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개최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제8차회의에서 지방 이전 141개 공공기관들이 수립한 '2018년도 지역발전계획'을 보고했다.


[공공기관이 제시한 혁신도시별 주요발전계획]

[도표용 데이터]

전국 10개 혁신도시 이전대상 공공기관 113개 중 110개 이전(공공기관 이전률 97.3%, 이전 인구 3만8000명)

혁신도시 산학연클러스터 용지 입주한 누적중소기업수와 고용규모

2014년 99개

2016년 271개

2018년 6월 639개
고용규모는 1만1000명

[이슈분석]혁신도시, 지방의 외딴 섬으로 전락하나? 공공기관 연계 혁신클러스터 구축 절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