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2040년 에너지목표와 현실 사이

2040년까지 앞으로 20년 국가 에너지정책철학을 담는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3차 에기본)'의 밑그림이 나왔다. 3월 구성된 워킹그룹이 약 반 년 동안 분과회의를 통해 3차 에기본의 기본 방향을 정리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대원칙은 유지했다. 2차 계획 수립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에너지전환,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중심 수급구조 구축 등 정책기조를 추가했다. 에너지전환 해법으로 분권형 전력시스템과 국민참여, 에너지 가격구조 개편을 제시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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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에기본, 미래 에너지정책 지침에 무게

3차 에기본 작성은 과거 두 차례와는 성격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1·2차 에기본 핵심가치는 어떤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 국가 경제를 이끌 것인지를 가늠하는 에너지믹스였다. 때문에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소비 전망과 물량확보 계획, 전력 분야에서의 원전·석탄·가스·신재생에너지 전원 계획에 많은 비중이 실렸다.

3차 에기본은 계획을 논의하는 워킹그룹 구성에서부터 기존 방식을 탈피했다. 2차 에기본은 원전, 전력, 신재생, 수요 분과를 만들었다. 3차 에기본에서는 공급, 수요, 산업·일자리, 갈등관리·소통으로 분과 구성 변화를 꾀했다. 앞선 계획이 전원믹스와 수급관리에 방점을 찍었다면 3차 에기본은 국가에너지 전반에 대한 정책방향 지침 성격이 강하다.

전원믹스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다 보니 3차 에기본으로선 이를 언급할 명분이 없었던 이유가 크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실효용량 기준으로 원전 20.4GW(16.6%), 석탄 38.9GW(31.6%), LNG, 47.5GW(38.6%), 신재생 8.8GW(7.1%, 사업용만 포함), 기타 7.4GW(6.0%) 전원믹스 구성 방침을 밝혔다. 신재생은 설비용량 그대로 발전량이 나오지 않는 만큼 실효용량 8.8GW를 위해 58.5GW 설비를 확보한다.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통해 원전과 석탄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LNG와 재생에너지 중심 전원믹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3차 에기본은 국가 최상위 에너지계획이지만 이미 정한 8차 전력계획,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대치되기는 내용이 나올 수는 없다. 계획기간이 8차 전력계획의 2030년보다 10년 더 길지만, 8차 계획이후 원전과 석탄화력 축소는 정해진 수순이다.

계획 수립과 실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야는 수요다. 워킹그룹은 수요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동시에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해 수급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수요는 2차 에기본에서부터 중요성이 커진 분야다. 국가적으로 계속 전력 공급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억제 고민이 지속됐다. 다만, 2차 계획에선 대규모 전원설비 건설이 힘들어지면서 향후 닥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비 수준이었다. 3차는 탈원전·탈석탄이 공식화된 상황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에너지 가격 문제, 이번엔 가능할까?

에너지 업계는 이미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가격신호에 따른 시장변화다. 3차 에기본 워킹그룹도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을 위해 에너지 가격과 세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세 가지 원칙으로 △원가 및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에너지 가격구조 확립 △에너지 효율 향상 △공정성과 국민 수용성 제고를 들었다. 에너지 가격 문제를 거론은 했지만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새로운 관점은 아니다. 원가와 사회·환경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는 곧 가격 인상을 의미한다. 직접 언급만 없을 뿐 구체적으로는 연료비 상승에도 소매요금은 그대로인 현 전기요금체계를 정조준했다. 에너지 업계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숙제로 도매시장과 소매시장 비용 연동을 요구했다.

도매와 소매시장 가격연동이 꼭 요금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는 도매시장에 쌓인 인상요인이 반영되지 않고, 국제유가 등 연료비도 상승해 인상 여지가 높다. 하지만 러시아 PNG(Pipe-line Natural Gas), 아시아 슈퍼그리드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 여기에 연료비가 없는 재생에너지가 정착한다면 도매와 소매시장 가격연동이 오히려 요금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제도적으로는 미비점이 많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실시간 시장거래 필요성이 나오지만 이에 앞서 연료비가 없는 재생에너지를 기존 발전원과 어떻게 구별할지 대안이 필요하다. 현재 전력시장은 연료변동비를 기준으로 도매가격을 설정한다. 재생에너지가 그대로 시장에 진입하면 가격교란 요인이 발생한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자간 직접 거래하는 방법도 있지만, 법령으로 막혀있다.

아시아 슈퍼그리드와 러시아 PNG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독점구조가 문제될 수 있다. 두 사업에 국영기업만 참여시킬지, 아니면 민간기업 공동출자를 허용할지 등에 대한 정책차원 고민이 필요하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3차 에기본의 정책방향은 그동안 에너지계가 제기한 비용반영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동안 필요성만 제기하고 시도하지 못한 요금·시장구조 개편 문제를 어떤 정권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요국 에너지전환 사례>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이슈분석]2040년 에너지목표와 현실 사이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