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연구자 윤리와 함께 자질 문제도 고민해야

'부실' '짝퉁' 학술대회 문제로 연구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연구자 윤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과학기술계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 R&D 정책포럼'에서 허위·부실 학회와 연구자 윤리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연구자 윤리의식 강화에 힘쓸 테니 자정 풍토가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기초연구연합회 회장 요청도 있었고, “연구원 윤리도 문제지만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평가관리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질 성장' 중요성을 강조하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과 제도 개선 약속 및 연구비 지원 정책을 바꾸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와 연구계 모두가 이미 문제가 된 허위·부실 학술대회 파동의 원인과 대책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학회(學會)는 학문과 연구 종사자들이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자리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회도 있지만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 발표를 위해 새로 구성하는 학회도 무수히 많다. 발표 논문 질에 따라 학회 수준의 높고 낮음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가 짧다거나 발표 논문 수가 적다고 해서 '가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실 이번에 허위·부실 학회 참가 연구원을 가려내는 작업도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국 허위·부실 학회는 논문 심사나 토론도 없이 논문 발표 실적만 제공하는 등 처음부터 사기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한 번만 겪어 보면 바로 구분할 수 있는 차이다. 그래서 또다시 결론은 도덕성을 따지는 '연구자 윤리' 문제로 귀결된 것이다.

연구자 윤리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연구자들이 그런 편법으로 내모는 평가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항상 뒤따랐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연구계의 숙원 과제다.

최근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서 학회 출장을 둘러싸고 황당하면서도 곤혹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한 젊은 연구원이 학회 출장을 가려다 최근의 분위기를 의식한 상사로부터 당분간 자제하라는 제지를 당했다. 그러자 이 연구원은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그 연구원은 상사를 대상으로 출장심의위원회 심사를 받을 권리를 박탈했다며 노조에 고발했다고 한다. 일반 기업이나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상사와 조직이 모두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물론 허위·부실 학회 파동으로 인해 연구원 활동이 위축되면 안 된다. 그러나 학회는 개인 활동이다. 개인 활동이 조직 업무에 우선할 수는 없다. 더욱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출연연 소속 연구원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했다. 연구 활동에 꼭 필요한 학회 활동이라면 상사를 충분히 설득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연구원은 마치 학회 출장을 권리인 양 착각한 듯하다. 그동안 그렇게 누려 왔다는 의미여서 더욱 씁쓸하다.

출연연 연구원은 개인이 아니다. 국가에서 봉록을 주며 필요한 연구를 맡긴 사람이다. 권리보다는 책임과 의무를 더 크게 느껴야 할 위치다. 사실 연구원 윤리 문제는 연구원이 이런 사실을 망각할 때마다 불거졌다. 이번 기회에 연구원 윤리 문제와 더불어 연구원 자질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듯하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