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Ⅰ]<9>고령화 늪, 데이터 과학자·의료기술자 뜬다

세계가 늙고 있다. 유엔은 1950년 세계 인구 15.7%에 불과했던 50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50년에는 세계 인구 3분의 1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60세 이상 인구만 21억명으로 추산된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국가 의료비 지출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각종 만성질환과 노인질환 증가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요소도 많다. 필연적으로 보건의료 영역에 고령화 대응을 위한 직업도 늘어난다. 치료제 개발부터 재택, 병원에서 이들을 돌보는 서비스 인력이 대표적이다. 맞춤형 치료 패러다임까지 가속화되면서 데이터 과학자 등 새로운 일자리가 주목 받는다.

◇고령화가 이끈 보건의료 일자리, 홈 케어·보조의사 주목

미국 노동통계국(BLS) 2016~2026년 고용 전망에 따르면, 2026년까지 고용이 1150만명 증가해 연평균 0.7%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시장 성장은 보건의료 산업이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보건의료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는 홈케어 서비스다. 고령화로 노인환자 이동이 여의치 않고, 만성질환 특성상 꾸준한 모니터링·관리가 필수다. 집에서 혈압, 혈당, 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홈케어 서비스 개발, 제공사업자, 의료진 등은 2026년까지 47.3%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전문 상담, 간병인 등 퍼스널 케어 영역도 일자리가 38.6%나 늘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구성원 수가 줄어들면서 노인 간병 영역을 가족이 전담하는데 한계가 있다.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하거나 국가가 시설에서 관리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보조의사(PA:Physician Assistants)도 미래 주목 받는 보건의료 일자리 영역이다. PA는 의사 감독 하에 병력작성, 검사, 진찰, 치료 등 의사 일부 업무를 수행한다. 간단한 수술에도 참여해 의사를 돕는다. 현재 미국에서 정식 PA 과정을 수료한 전문가에 한해 자격을 주어진다. 의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PA 인력은 2026년까지 37.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임상 간호사, 물리 치료 보조사 등도 각각 36.1%, 3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의료 기술자·유전상담사·전염병 학자 수요도 증가

보건의료 일자리는 고령화를 포함해 인류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를 해결하는 직종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학과 과학 간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두 영역에 모두 전문성을 가진 직종이 떠오른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미국 바이오 매체 GEN(genetic engieering & biotechnology news)에 따르면 의료 기술자와 임상실험 기술자는 보건의료 분야 떠오르는 직업 1위로 꼽혔다. 포괄적 의미인 의료기술자는 의학과 과학, 공학 등을 섭렵한 융합 전문가다. 의료기기, 서비스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한다. 임상실험 기술자는 샘플을 채취해 채액, 조직, 기타 물질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는다. 2016년 기준 33만5700개 일자리에서 2026년까지 37만8400개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임금은 연간 약 5600만원이다.

2위는 의과학자가 선정됐다. 전반적인 건강 향상을 위해 의학, 사회과학, 공학적 접근으로 정책 제안과 연구를 책임진다. 연평균 일자리가 13% 증가해 2026년까지 13만6100명이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전 상담사와 전염병학자도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전 상담사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결과를 설명하고 상담하는 역할이다. 유전질환, 선천적 결함 등 다양한 유전 요인을 설명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연간 고용 증가율은 29%에 달해 2026년까지 4000개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평균 연간 임금은 약 8400만원이다.

전염병 학자는 인간 질병과 부상 패턴, 원인을 조사한다. 전염병이 우리 사회, 교육, 보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2016년 기준 약 6100개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10년 뒤에는 500개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료 열쇠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과학자는 수년간 유망 직종에 단골로 선정됐다. 세계 각국이 금융, 통신, 제조,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육성에 안간힘을 쓴다.

보건의료 영역도 데이터 과학자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다른 영역과 달리 보건의료 빅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다. 최근 컴퓨팅 파워 고도화와 의료시스템 간 호환, 데이터 수집 체계 구축으로 기반이 마련됐다.

데이터 과학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의학 패러다임인 '정밀의료'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정밀의료는 개인을 둘러싼 건강, 신체, 진료정보를 포함해 유전자 정보, 생활습관 정보까지 취합·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한다. 빅데이터로 도출된 질병 가능성까지 분석해 조기 발견, 예방까지 추구한다.

정밀의료 구현 핵심은 전문 인력(데이터 과학자)이다. 보건의료 영역은 다른 영역과 달리 종합적 데이터 역량을 요구한다. 데이터 설계부터 수집, 분석, 응용, 활용 등 전 영역에 걸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세계적으로 보건의료 분야 데이터 과학자는 1000명 남짓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열 손가락 안에 꼽기 어렵다. 의학지식은 물론 정보통신(IT), 통계학 등 다양한 학문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바이오경제 시대로 재편되는 세계경제에 보건의료 영역 주도권 확보는 곧 데이터와 이를 활용할 데이터 과학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암젠, 머크,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대형 병원도 데이터 과학자 확보에 매달린다.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암젠 등 대형제약사가 보유한 데이터 과학자가 3년 전에는 10명 내외였지만, 지금은 100명이 넘는 등 10배나 성장했다”면서 “비정형 데이터 수집, 분석이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수행할 의학, 통계, IT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인력 수요가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표1. 보건의료 분야 신규 직종 증가 상위 영역(자료: 미국 노동동계국>

<표2. 2026년 보건의료 분야 유망 직종(자료: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GEN)>

2018년 미국 최고 일자리 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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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