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Ⅰ]<1>인공지능, 사람 일손 돕는 똑똑한 비서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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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바둑 대결로 주목받기 시작한 인공지능(AI)이 스피커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AI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우리 일을 대신할 전망이다. 사람 일손을 돕는 똑똑한 비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AI가 일하기 시작하면 사람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KT가 최근 20~30대 2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30세대 AI 설문결과에 따르면 AI가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답변에 '예(64%)'가 '아니오(36%)'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AI가 사람을 대신할 것이라는 공포다. 하지만 다수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AI가 사람 일을 웬만큼 따라잡기 위해 시일이 걸리는 데다 100% 대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사람마다 의견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AI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인류는 매번 신기술을 적극 도입했지만 도구로써 활용해 삶을 윤택하게 했지 단 한 번도 기술에 주도권을 넘겨준 적이 없다. AI 컨설턴트, 개발자 수요 증가는 물론 산업과 AI 접목이 가능한 산업별 AI 전문가나 법조계 등에 신규 일자리 출현이 예상된다.

AI 스피커 등장으로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하고 전달하던 일은 대폭 줄었다. 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고, 스마트 제어를 통해 집이나 회사 등 시스템 통제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무'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서비스로 제작하는 기획부터 한 명령어에 특정 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작업, 구현된 서비스를 검증하는 작업까지 모두 인간 몫이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더라도 서비스를 기획하고, 창출하고, 수요를 검증하는 일은 모두 사람의 몫이다. 시제품이나 베타서비스부터 본 서비스나 제품 출시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국방, 교육, 금융, 물류, 안전, 유통, 제조 등 AI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해 산업별 AI 서비스 전문 기획자와 이를 서비스화할 개발자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체하고 검증하기 위한 일자리 수요도 있다. 최근 기업 공개채용에 AI가 활용되는 추세지만 단순평가만 담당한다. AI 1차 평가에 기초해 세밀화 된 평가는 인사관리(HR) 전문가가 담당한다. AI 평가는 단순히 지원자 지식수준이나 작문실력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만, 사람은 나아가 자기소개서 내용의 참과 거짓을 구별하고 행간을 읽어낼 수 있다.

대기업 HR 담당자는 “통상 서류전형, 인·적성, 실무평가, 최종평가 순 공채전형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초기단계”라면서 “그마저도 AI가 전담하는 게 아닌 HR부서 한 구성원으로서 좀 더 일처리가 빠른 직원 역할을 맡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간 걸리던 서류검증 등 비교적 단순 업무는 AI에게 맡길 수 있지만, AI가 고도화돼도 업무 100%를 맡길 순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고도화돼도 언어적 표현이 아닌 감정, 표정, 행간 등 비언어적 표현을 AI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짧은 시간 내에 사람 간 향유하는 트렌드와 문화가 바뀌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AI가 못하는 일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고, AI가 제대로 활용됐는지 검증하고 확인하는 업무와 윤리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전문직 등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AI가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면 절약된 시간을 활용해 그동안 시간 부족으로 못했던 시도나 새로운 프로세스 추가, 검증 강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SW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하던 일이 AI를 통하면 훨씬 더 빨라질 것”이라면서 “사람은 기술을 통해 확보한 시간을 활용해 좀 더 합리적이고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