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Ⅰ]<4>'증권-코인' 구분 없는 블록체인 일자리 생태계...금융 넘어 예술품까지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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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Blockchain)은 인터넷 이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파괴적 기술로 주목받는다.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은 블록체인을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 칭하며 블록체인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했다.

블록체인 폭발력은 앞서 암호화폐 급등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때 이더리움 등 일부 암호화폐 국내 거래량은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들썩였다. 당시 암호화폐의 폭발적인 거래량 증가에 힘입어 임직원이 10명도 채 안되던 블록체인 업체 아이콘루프는 200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블록체인 업체 일자리 증가 폭은 괄목할만하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블록체인 관련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세계 주요기업 일자리 수는 지난해 대비 60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취업정보 포털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신규 채용을 실시하는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300곳을 넘어섰다.

◇“토큰이 곧 증권”...칸막이 없어진 자산 시장

블록체인 분야 일자리 증가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암호화폐거래소와 암호화폐공개(ICO) 등은 기존 증권 시장과 유사한 특성 탓에 관련 인력 이동도 빈번히 이뤄진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가 “상당수 토큰이 증권(securities)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증권과 유사한 암호화폐 특성 때문이다.

실제 국내 암호화폐 유통 시장은 초기 단계 증권사 및 거래소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시중에 유통되는 수많은 코인과 토큰 가운데 어떤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증권거래소 상장 심사 업무와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각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에 담긴 블록체인 기술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 여부를 따질 전문 애널리스트도 이미 등장하기 시작했다. 증권거래소 또는 증권사와는 달리 정부 규제에 벗어나 있는 만큼 각 암호화폐거래소에 상장한 암호화폐가 투자 가치가 있느냐를 판단하는 일이 자연스레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암호화폐를 파생상품에 준해 분석하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등장할 정도다.

블록체인 도입으로 규제 방식 변화도 불가피하다. 블록체인 내부에 입력되는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입력된 이후에는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의 특성상 애당초 입력되는 정보가 잘못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부감사 관련 일자리도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 상에 기술적인 결함이 없는지 여부를 검수하는 서비스는 정식 직업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노드에 담긴 정보를 보증해 줄 수 있는 참여자 간 신뢰가 없다면 생태계는 유지될 수 없다”며 “중앙집중 방식이 아닌 분산 방식을 지향하고 있다지만 거래 완전성을 입증해 줄 공정한 관리자 노드와 조사 등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각 참여자가 분산 보유한 장부에 대한 회계 감사 기준을 감리하는 회계 분야 전산감사 인력 등 추가 일자리 창출 여지까지 열려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의 부문별 활용영역
자료:삼정 KPMG
<블록체인의 부문별 활용영역 자료:삼정 KPMG>

◇금융 넘어 예술품·보석 감정으로 일자리 확대

블록체인이 불러올 변화는 단순 금융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술품·보석 감정, 패션·요리까지 접목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ICO 프로젝트 감별사'가 뜨고 있다. 백서 스캠 여부를 판단하는 일자리다.

블록체인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디지털 자산화'를 고려하면 무궁무진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남북 교역에 활용된 블록체인 기술은 '판문점 거래소 운영자'라는 직업을 낳을 수 있다. 현재 북한 화폐는 북한 이외 다른 국가에서는 가치가 없다. 가치 책정 문제로 우리나라 화폐를 바로 북한 화폐로 교환하기 어렵다. 이를 암호화폐로 대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돈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으로 바꾼다. 코인맵에 따르면 평양 4곳, 원산 1곳에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식당도 존재한다. 판문점에 이를 중개할 암호화폐거래소가 설립된다면 북한과 블록체인을 잇는 일자리도 창출된다.

'디지털 자산 감정사'라는 완전히 새로운 직군이 등장할 수도 있다. 실제로 보석을 블록체인에 융합해 거래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한다. 키네시스는 스텔라 네트워크를 활용, 금·은을 암호화폐화하고 소유권을 코인 보유자에게 할당한다. 한국M&A센터도 퓨처 다이아몬드 랩이 개발한 다이아몬드 가치를 담은 PDC토큰을 국내서 판매 중이다.

앞서 아시아이노베이션그룹은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의 작품 '포에버 로즈' 소유권을 10명 코인 보유자에게 분배했다.

디지털 자산 시대에는 유형 자산이 사라져도 그 소유권은 암호화폐로 남는다. 이때 유형 자산 가치에 걸맞게 암호화폐 발행량을 조정하고, 암호화폐 가치가 급등락하지 않도록 거래소 거래량을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감정사'가 생길 전망이다. 블록체인 기술 이해도뿐 아니라 보석·예술작품 가치를 매기는 능력 모두 필요하다.

패션·요리 등 블록체인과 어울리지 않는 분야에도 변화가 인다. '실크로드'와 '바이탈힌트'는 각각 패션과 요리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 패션 디자이너·요리사 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제공, 데이터를 모으기 용이하다. 그런 빅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패션, 조리법을 선보일 수 있다. 그간 패션 디자이너와 요리사라는 직업이 소위 감수성과 감각에 의존했다면, AI 패션 디자이너와 AI 요리사에게는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요구된다. 수많은 데이터 중 의미 있는 것을 선별하고, 이를 알맞게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7~2030년 전세계 블록체인 사업 부가가치 예측
자료:가트너
<2017~2030년 전세계 블록체인 사업 부가가치 예측 자료:가트너>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