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년 창간기획I] 신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다? 재정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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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시대 공장이 설립되고 증기 엔진이 도입됐다. 기술이 사회를 혁신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 오늘날 경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기술을 떠올린다. 첨단기술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없앤다는 불안이 가득하다. 정규직 직원 업무가 줄어 임금이 삭감된다. 대신 계약형 프리랜서와 컨설턴트가 늘어난다. 기술 발전이 직업을 없앤다는 게 일반 생각이다.

실제로 그럴까. 노동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회 변화는 조직이 내린 결정에 좌우됐다. 정부나 조직이 내린 결정이 일자리에 영향을 끼치고 기술은 변화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한다. 일자리 변화는 사회 선택 문제다. 기업과 정책 입안자 결정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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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때를 보자. 당시 사람들은 농장이나 상점에서 주로 일을 했다. 직물제조는 농부에 의존했다. 농부는 천연 원료에서 섬유를 뽑아내 천을 만들었다. 농부는 과거 소규모로 일했다. 일하는 곳이 집이었다.

산업혁명 시대가 되며 제조업자가 생겼다. 제조업자는 한 곳에 노동자를 모으고 감독했다. 처음 대규모로 일하는 곳이 생겼다. 가정과 직장 생활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노동자는 함께 일한 대가를 임금으로 받았다. 이것이 산업혁명 전제 조건이다. 기술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사람과 일 관계가 바뀐 것이다. 사람이 공장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일을 하고 생산한 결과물을 공급한 후 이익을 나눠 갖는 형태로 변화했다. 여기에 공장이라는 기술이 도와준 것뿐이다.

디지털 혁명도 유사하다. 제2 기계 시대로 묘사되는 이때도 탈(脫)산업주의와 서비스 경제가 부상했다. 40여년 동안 사무직에서 경영 컨설턴트, 계약직 조립자, 부교수 등 다양한 일자리가 생겼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온다. 인공지능(AI)이 과연 모든 일자리를 없앨 것인가. AI는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수백만 근로자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단순 업무를 하는 일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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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가 2017년 내놓은 '글로벌 휴먼 캐피털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40개국 인사담당자와 비즈니스 리더 1만명 가운데 20%는 AI 등 신기술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우리는 그런 일을 목격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대체하는 일이 생기고 대신 전에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기술 도움으로 각 근로자가 생산하는 양이 증가한다. AI가 많은 것을 자동화하지만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77% 응답자는 신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직원을 재교육해 직무를 전환하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업무를 재설계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는 역동적이다. 매달 어떤 일자리는 없어지고 새로운 직업과 일감은 생긴다. 2017년 미국 경제는 6200만명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신 6470만개 일감이 새로 생겼다. 220만건의 순고용이 늘어났다. 특정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전체 경제에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평균적으로 경제는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를 없애고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로 대체한다. 이는 임금 상승과 생활수준 향상을 이끈다. 기술은 일자리 파괴가 아니라 훨씬 많은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한다.

역사는 기술이 일자리를 없앤 게 아님을 설명한다. 제품과 서비스 생산과 효율이 높아지면 가격이 하락한다. 상품과 서비스는 더 많은 수요로 이어진다. AI와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역시 이전 기술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은 AI를 업무에 보완적으로 활용할 직업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이&오스본 연구는 인간이 가진 창의력과 대인관계 역량을 AI와 결합하면 여전히 각광받는 직업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은 AI 시대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업과 그렇지 못한 곳과의 명암이 뚜렷해진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업무 자동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력 구성과 배치가 시급하다.

정부는 산업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고용 형태와 탄력 인력 운용이 가능한 노동시장 마련에 힘써야 한다. 기술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취약계층 충격을 흡수하는 재교육과 전직 지원, 고용 보험 등 사회 안전망 확충이 요구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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