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신개념 고에너지 알루미늄 배터리 개발

휘발유 엔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나왔다. 충전 대신 교체하는 방식이라 '느린 충전 시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배터리 무게를 줄이면서, 에너지는 더 많이 담고, 폭발 위험성도 줄였다.

UNIST(총장 정무영)는 조재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교수팀이 휘발유 자동차보다 효율적인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오래 쓰면서 폭발하지 않는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 기술이다.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충전해 사용하는 이차전지가 아니라 방전만 되는 일차전지다. 전기차에 적용하면 알루미늄 금속만 교체해 전기를 공급받게 된다.

알루미늄 금속 덩어리의 모습
알루미늄 금속 덩어리의 모습

같은 무게의 휘발유와 알루미늄의 실질적 에너지 밀도를 따지면 알루미늄이 월등하다. 휘발유(가솔린)의 이론적인 에너지 밀도는 1kg 당 1만 3000Wh로 높지만 실제로 엔진을 구동시키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기 때문에 실질적 에너지 밀도는 1700Wh로 줄어든다. 반면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에서 알루미늄 금속은 1kg 당 2541Wh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다양한 금속(연료)을 공기와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금속-공기 전지'의 일종이다. 금속-공기 전지는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커서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데, 특히 알루미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알루미늄은 가볍고, 값싸며, 이론적 용량도 리튬보다 크다. 폭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알루미늄-공기 전지'는 작동 과정에서 알루미늄 부산물이 쌓여 쉽게 성능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이를 '전해액 흐름'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한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를 개발했다. 전지에 펌프를 도입해 전해액이 흐르게 만들자 부산물이 쌓이지 않아 성능이 유지된 것이다.

알루미늄-공기 전지의 전해액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반응결과물도 나온다. 전해액이 흐르지 않은 기존 형태에서는 알루미늄 부산물이 전극에 쌓이지만,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에서는 펌프질이 계속돼 전해액이 흐르면서 알루미늄 부산물의 침전을 막게 된다.

조재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조재필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공기를 받아들이는 전극에서 반응을 활성화시키는 고성능 촉매(은-망간 산화물 나노플레이트 촉매)도 새로 개발했다. 이 촉매까지 적용한 알루미늄-공기 흐름 전지는 폭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 밀도가 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필 교수는 “알루미늄은 산업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금속이라 소재 수급에 따른 전지 가격 문제에서 자유롭다”며 “전기차에 가벼운 알루미늄 금속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는 13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울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