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82>세계 최초보다 중요한 5G 상용화 조건

[정태명의 사이버펀치]&lt;82&gt;세계 최초보다 중요한 5G 상용화 조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릴 때 우리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질문을 정부가 받고 있다. 내년 3월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도입이 예상되는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때문이다.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에 비해 저렴하고, 현 장비와 호환성도 앞선다는 중론이다. 그러나 미국, 호주, 일본, 인도는 자국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와 ZTE 장비 도입을 불허했다. 통신장비에 악성코드를 숨겼다는 의혹 때문이다. 글로벌 통신장비에 악성코드를 심는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렵지만 아직도 페이스북, 구글 등 특정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다. 미국도 20여년 동안 약속을 어긴 중국의 미덥지 않음을 언급했다.

통신장비를 이용한 악성코드 역할은 공격보다 데이터 전쟁 개입이 유력하다. 통신망을 장악하면 각종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망에서 국가 정보, 개인과 기업의 무차별한 데이터 수집은 불법이지만 간단한 기술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다. 결국 이통 3사의 해외 통신장비 도입이 정보 주권을 헌납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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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가 단말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반 토막 나고 시장 점유율도 9% 이내로 추격당한 삼성의 단말기 시장까지도 위험하다. 장비 시장과 단말기 시장 종속성은 이론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LG 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 도입을 시사했지만 SKT와 KT는 중국 장비를 배제시킬 모양새다. 그러나 의혹만으로 수입을 금지하기는 쉽지 않다. 호주에 보복을 서슴지 않는 중국 정부와 우리나라 반도체 수입 규모를 내세운 위협도 무시할 수 없다. 화웨이의 기술 대비 가격 등 매력을 외면하고 수입 영구 금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장기 해결책이 필요하다.

차세대 통신장비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단말기 시장을 석권한 우수한 기술력을 장비 산업에도 투입해야 한다. 삼성전자만 바라보기보다는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한 소프트웨어(SW) 기술 기반으로 차별성 있는 통신장비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속도와 안정성에 더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원격 의료, 실시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게임, 드론이나 자율자동차 등 서비스에 적합한 맞춤형 통신장비 개발도 한 방법이다.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계기로 공동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 물꼬를 틀 수 있다. 중국과는 대결에 집착하지 않고 협력을 모색하면 가능하다. 개발 신흥국과 글로벌 협력도 중요하다. 지금 다양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통신의 미래는 암울하다. 글로벌 시장은 직접 공략 외에도 협력 진출, 위탁 진출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글로벌 협력 구현과 '누가 5G 기반 서비스와 콘텐츠 시장을 장악할 것인가?'라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5G 조기 상용화가 되기 바란다. 남의 기술로 구축한 고속도로에 남의 차가 남의 물건을 나르는 바보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5G 기반 서비스와 콘텐츠 산업 육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일등 메달을 목에 걸고 대통령에게 인정받는 부처 수장보다 미래 통신 산업과 경제를 우선하는 지도력을 기대한다. 화웨이, 노키아, 삼성전자 등이 각축을 벌이는 우리나라 5G 상용화 시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시험장이다. 일등에 대한 욕심과 국민과 약속도 지켜야 하지만 정부와 이통 3사는 우리나라 경제에 득실을 따져 지혜롭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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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