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반격 이끄는 힘, 심창민의 승리기여도

삼성의 반격 이끄는 힘, 심창민의 승리기여도

평균자책점은 투수를 평가하는 기본 지표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긴 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의 능력을 살펴보기에 손쉽지만, 불펜투수의 가치를 정확히 매길 수 없다. 책임지는 이닝이 적은데다 남겨 둔 주자가 후속 투수에 의해 득점할 경우 그 수치가 치솟기 때문이다.

선수들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5월 MLB닷컴은 야수 35명, 투수 35명 등 메이저리거 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투수 10명이 이닝과 경기수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았고, 7명이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을 선택했다. WHIP를 고른 라이언 테페라(토론토)는 "평균자책점은 승계주자 탓에 의지와 상관없이 치솟는 반면, WHIP는 투수 능력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자책점으로만 평가한다면 심창민(삼성)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20일 현재 올 시즌 55경기 61 2/3이닝을 던져 5승 2패 17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94, WHIP 1.12를 나타냈다. 30경기 이상 구원등판한 61명 가운데 평균자책점 16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WHIP는 이태양(한화)과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한다(한화 정우람 1.02).

불펜투수의 능력을 살펴볼 때 더욱 중점을 둬야 할 지표는 승리기여도다. 한 선수의 플레이가 팀 승리확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기록이다. '웰뱅톱랭킹'은 승리기여도와 상황중요도를 통해 승리에 기여한 선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심창민은 20일 현재 웰뱅톱랭킹 점수 954.8점을 쌓아 투수 가운데 12위에 올라 있다.

선발투수에게 보다 유리한 점수 체계에서 심창민이 높은 순위를 나타낸 데는 승부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심창민은 승리기여도 점수 238.4점을 기록, 투수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펜투수로 한정할 경우 함덕주(두산, 승리기여도 점수 232.3점)와 정우람(한화, 214.7점)을 앞서는 1위. 비록 팀은 131경기에서 60승으로 7위에 머물러 있지만, 심창민이 기여한 바가 상당했다.

심창민은 팀 내에서 가장 믿는 불펜 자원이다. 필승조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순간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등판 시점 평균 상황중요도는 1.82로 삼성 구원투수 중 가장 높다. 마운드에 올라 있는 모든 순간의 평균 중요도 역시 1.78로 팀 내 최고 수치를 자랑한다. 팀 동료인 최충연의 경우 등판 당시 평균 1.56과 전체 평균 1.48, 장필준은 각각 1.44와 1.65를 기록했다. 상황중요도는 주자상황과 남은 이닝, 점수차를 고려한 지표로, 평균 1을 기준으로 중요한 순간일수록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아무리 중요한 상황에 등판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좋지 못하면 무용지물. 심창민은 상황중요도 1.5 이상일 때 타자 122명을 상대로 피안타율 0.189를 기록했다. 구원 3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게다가 해당 기록 1위 구승민(롯데)과 2위 강윤구(NC)가 해당 상황에서 상대한 타자수는 각각 72명, 81명으로 심창민보다 적다. 더욱 많은 타자를 상대하고도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는 건 그만큼 심창민의 투구가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심창민의 진가가 가장 잘 드러난 경기는 5월 20일 넥센전. 팀이 4-3으로 앞선 9회 1사 2,3루(상황중요도 11.7)에서 마운드에 오른 심창민은 첫 타자 이택근에게 볼넷을 허용, 비어있는 베이스를 채웠다. 만루 작전은 통했다. 이어진 박정음을 짧은 뜬공으로 처리했고, 박동원을 내야 팝플라이로 돌려세우며 긴박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팀 승리확률은 70.8%에서 100.0%로 상승해 승리기여도 점수 29.2점을 추가했다. 심창민은 이날만 웰뱅톱랭킹 점수 84.1점을 쌓았다.

20일 현재 13경기를 남겨둔 삼성은 5위 LG를 2경기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는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 그동안 많은 힘을 보탰던 심창민이 최근 부진을 덜어낼 기회 또한 남아있다. 삼성은 심창민의 힘이 절실하다.

'웰뱅톱랭킹'의 타자별, 투수별 랭킹 차트 및 선수별 점수 현황은 홈페이지는 물론 KBS N SPORTS 2018 KBO 리그 중계와 '아이러브베이스볼'을 통해서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웰뱅톱랭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조항준 기자 (j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