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엘론 머스크와 로봇

엘론 머스크와 로봇의 공통점은? 한마디로 혁신이다. 머스크는 우리에게 재사용 민간 우주선 '스페이스 X', 자율 주행까지 시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테슬라', 영화 '아이언맨' 모델로 잘 알려졌다. 로봇은 인간 외관과 능력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인간 얼굴 표정을 한 '안드로이드' 로봇 등 요새 기능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
박종오 전남대 교수.

이미 신문에 보도됐고 며칠 전에 또 비슷한 기사가 나왔다. '테슬라 자동차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이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우주 발사체 회수처럼 최첨단 기술을 깔끔히 처리하는 게 아니라 테슬라 공장은 영락없이 한심하고 치기 넘친 억만장자 모습을 보여 준다. 테슬라 자동차 생산 라인을 전부 로봇으로 배치하려다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머스크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도 아닌 20세기 화두 '무인공장'의 망령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무인공장.' 1990년대에 로봇이나 생산 자동화를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멋있는 화두였다. 1960년대 초 로봇이 처음 발명되고 난 뒤 로봇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다양한 생산 분야에 로봇들이 적용되면서 마침내 사람들은 전 생산 라인을 로봇화한 '무인공장'을 꿈꾸기 시작했다. 세계를 선도하는 로봇 연구소들은 무인 전자동 로봇 라인을 시범으로 보여 준다고 많은 기업인을 초대해서 설명하던 모습이 필자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나 '무인공장'은 21세기 들어오면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유는 한 가지가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인간'이었다. 생산에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유연성을 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행여 머스크에게 이제는 로봇 기술이 크게 발달해서 인간과 같은 두 팔 로봇을 사용하면 될 수 있다고 누가 조언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본인이 관심을 기울여서 투자하고 있는 혁신 학교에서 스스로 확신에 찼을지 모른다. 그래도 안 되는 모양이다. 우리는 머스크가 낸 비싼 수업료 덕에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그리고 최근 로봇 분야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협동로봇'이다. 외국에선 '코봇(Co-bot)' 또는 '코로봇(Co-robot)'이라고 한다. 학문상의 정의는 간단하다. '인간과 직접 접촉하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전에는 로봇, 즉 산업 현장에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은 위험하기 때문에 100% 칸막이 안에서 작업하도록 돼 있고, 혹시 작업자가 칸막이 안에 들어가면 로봇은 자동 정지하도록 규정이 돼 있다. 이제는 로봇과 사람이 직접 접촉할 수 있도록 돼 있으니 큰 변화이긴 하다. 가장 큰 문제는 로봇이 아닌 작업자의 안전이다. 행여 로봇과 부딪히더라도 사람이 안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로봇의 운동 속도를 제한하고 사람이 가까이 오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하는 기능이 들어 있고, 또 로봇 팔 전체에 감지 센서를 둘러 이러한 기능을 갖도록 했다.

거의 모든 산업용 로봇 제조사들은 '협동로봇'을 만들고 있으며. 신규 로봇 제조사도 늘고 있다. 그러나 '협동로봇'을 많이 만들곤 있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극히 적다. 세계 최초 협동로봇 적용 사례는 2014년 독일의 한 자동차 생산 라인의 차문 조립 공정이다. 보험 문제까지 검토됐다. 요즘 나오는 협동로봇이 아니라 기존의 일반로봇에 앞에서 열거한 기능이 들어 있다. 이러한 협동로봇을 사용하면 당연히 작업자와 함께 일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간의 유연성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 된다.

로봇은 미국에서 탄생했지만 재미있게도 현재 미국은 산업용 로봇을 만들지 않고 고스란히 수입한다. 로봇에 대한 분위기가 아시아와 다르게 좀 썰렁하고, 또 제조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윤이 적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고부가 가치 서비스 로봇에 집중했다. 국방로봇, 우주로봇, 수술로봇 등.

그러다 2011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어 정부가 로봇 선도 사업을 시작했다. 주제는 바로 '협동로봇'이다. 그러나 미국의 협동로봇은 정의가 조금 다르다. 인간과 교감을 갖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서비스 로봇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어 초점이 분산된 감이 있다.

향후 10년은 '협동로봇'이 대세일 수 있지만 그 후에는 다시 '무인공장'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기술은 항상 발전하는 속성이 있어 로봇 기술의 도약에 힘입어 '거의 무인공장'이 다시 화두로 떠오를 것만 같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의 경우 로봇 기술 발전보다 전기자동차 발전으로 자동차 생산 형태가 완전히 바뀌어 '거의 무인공장'에 더 크게 기여할 것만 같다. 결론은 본의 아니게 '혁신'이라는 단어로 마무리하게 됐다.

박종오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장 jop@j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