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늪에 빠진 공공정보화, 민간투자 유도 시장으로 전환해야

[기고]늪에 빠진 공공정보화, 민간투자 유도 시장으로 전환해야

'헤드카운트로 생산성 무시, 명확하지 않은 제안요청서, 요구 사항 무한 변경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기업 적자 양산, 설계가 무용지물인 개발 문화.'

수십년째 반복되는 공공정보화 이슈다. 기업 평균 수익은 마이너스가 되고, 젊고 유능한 인재는 고갈 상태다. 발주자는 믿고 맡길 업체가 없다고 푸념한다. 전자정부 경쟁력은 퇴행하고 있다. 시장 전반의 사막화 현상이다.

정권이나 관련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해결을 위한 노력은 이어졌다. 간담회도 하고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법 제도를 개정하는 등 적극 노력했다. 그러나 강력한 실행력이 담보되지 못하니 항상 제자리다.

강력한 실행력이란 무엇일까. 처벌과 규제다. 법이 무거워진다는 의미다. 학습효과에 따르면 법과 제도가 무거울수록 다른 부작용을 유발한다.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누더기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방법으로 인센티브 등 포지티브 정책이 있다. 이 역시 정서와 문화가 바뀌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업과 인재가 인고 시간을 얼마나 버텨낼 지 의문이다.

지금 세계는 SW 기업이 선도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날개를 달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장 난 모터를 땜질하며 우왕좌왕한다. 공공정보화 시장은 정책 당국자, 발주 공무원, 수행기업, 개발자 모두 그야 말로 늪에 빠진 형국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정부 중심 톱다운 정책과 운영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 있는 고품질 공공 정보서비스를 확보하기 어렵다. 공공정보화 패러다임을 용역 발주에서 서비스 구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정보화라는 큰 방향을 잡고 이에 필요한 법 제도와 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된다. 민간 기업이 투자해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면 국가는 민간 서비스를 구매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디지털정부 선도 국가 에스토니아나 영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가 SW 산업 육성과 국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민간 투자에 의한 공공정보화를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디지털전환 사업'으로 민간 기업 주도로 서비스를 제안·기획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행정안전부도 '민간주도형 전자정부 추진 전략(안)'을 발표했다.

민간 투자에 의한 공공정보화가 활성화되면 현재 5조원 정도 공공정보화 예산에 민간 투자가 추가,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기업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생산 역량을 강화, 적당한 이윤을 창출한다. 이로 인한 투자 여력으로 양질 일자리 창출과 SW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 순환 구조 산업으로 전환한다. 국가도 신기술을 빠르게 수용, 품질 높은 국가 서비스를 실현한다. 정보기술(IT)서비스 수출 확대와 글로벌 서비스 기업 배출 기회까지 기대할 수 있다.

민간 주도형 공공정보 서비스 시장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선 국가 인식 전환이 우선 돼야 한다. 공공정보서비스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홍보·교육·평가 등에 반영, 공무원 스스로가 적극 참여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관련 법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조달이나 전자정부 추진과 관련 법 제도 개정 등이 요구된다. 서비스 선정, 사업자 확정과 관련한 절차 마련도 시급하다.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자칫 투자 능력이 막강한 대기업 위주 시장으로 돌아 갈 수 있다. 경쟁력 있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중견·중소 기업이 투자 유치, 대출 보증 등으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가 일정 양을 선 매수해서 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모쪼록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공공 시장 개방으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날개를 달고 훨훨 나는 'SW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조미리애 브이티더블유 대표 miriae.cho@vt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