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일자리 만드는 법

[데스크라인]일자리 만드는 법

“요즘 탕정이 신 효행도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1년 전 삼성디스플레이 탕정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취재하러 가던 길에 만난 택시 기사는 이렇게 운을 뗐다. 디스플레이 도시가 아니고 왜 효행도시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기사는 미소를 머금은 채 이야기를 이어 갔다.

“서울 며느리들이 수시로 내려와요. 예전엔 남편이 시부모 농사 좀 도와주자면 들은 체 만 체 하더니 이젠 시키지 않아도 내려와서 열심히 포도를 땁니다. 삼성 LCD 공장 들어서고 주변이 개발되면서 포도밭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죠. 그린벨트 해제 소문이 돌면서 며느리들 효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어요.”

호탕하게 웃는 택시 기사 역시 신나 보였다. 택시 매출이 크게 올랐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삼성 LCD 사업장이 탕정으로 옮겨 온 지 2년 남짓한 시점이었다. 신문 지상에는 '탕정 크리스털밸리 시대 개막' '일자리 1만개 창출' 등의 문구가 종종 등장했다. 삼성 LCD 사업장으로 가는 택시 밖 풍광도 왠지 들떠 보였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과 포도밭 저편으로 아파트며 빌딩을 짓는 웅장한 크레인이 도열해 있었다. 그날의 풍요롭고 싱그러운 이미지는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4일 SK하이닉스가 청주 반도체 신공장을 준공했다. 새로운 한국 경제 심장이 탄생했다. 11년 전 탕정이 오버랩 된다. 청주도 신 효행도시로 떠오를까. 분명한 것은 탕정처럼 신공장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상가·아파트·택시 등이 늘어 갈 것이다. 지난해 삼성 반도체 신공장이 들어선 평택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 제조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신공장이 주는 상징성과 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SK하이닉스 청주공장은 지역의 희망이 됐다”면서 “하이닉스 직접 고용과 협력업체 신규 채용까지 5100여명의 일자리가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준공식이 끝나자마자 일자리특별위원회를 열고 125조원 규모 시설 투자와 이에 따른 민간 부문 일자리 9만2000개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가 숱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날 발표만큼 피부에 와 닿은 적은 없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핵심이 무엇인지 이제 감을 잡아 가는 것 같았다. 핵심은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 새 공장을 짓고, 시설 투자가 이어지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공장 직접 고용은 물론 주변 상권에 자영업으로 파생 일자리가 늘어난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3년까지 청주 하이닉스 공장 경제 파급 효과로 생산 유발 70조9000억원, 부가 가치 유발 25조8000억원을 예상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21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방북, 방미 일정 후 짧은 휴가를 끝내고 첫 외부 일정을 하이닉스 신공장 준공식 참석으로 정한 것도 의미를 두고 싶다. 한국 경제 핵심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공장 인허가 규제를 대폭 풀고 용지 지원, 세금 감면 등 파격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 한적한 시골에 갓난 아이 울음소리 터지듯 신공장 탄생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공무원 정원 몇 명 늘리는 것보다 이것이 진정한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장지영 성장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