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보조배터리 시장과 중소기업 R&D 단상

[ET단상]보조배터리 시장과 중소기업 R&D 단상

얼마 전 'R&D 힘에 부친 국내中企…中 샤오미에 보조배터리 시장 내줘'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이 없어 보조배터리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없어 안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이는 겉만 본 상황을 고려한 얘기다.

중국만큼 적은 인건비로 제품을 만들 수 없고 국내 시장도 크지 않으니 경쟁을 포기한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은 생각이다. 이제는 인건비가 아니라 기술이 더 중요한 시대다. 시장도 글로벌 무대로 넓어졌다.

샤오미 배터리보다 더 작고, 용량은 크고, 빨리 충전되는 배터리를 만든다면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 단가나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광통신 유리 렌즈를 만드는 중소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기술이 보편화돼 단가 경쟁만 남은 가운데 최근 새로운 가공 기술을 개발, 제조 단가를 대폭 낮춘 기업이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 기업과 경쟁하느라 어려움을 겪다가 이번 기술 개발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더 좋은 기술로 단가를 낮추는 기업이 나올지 몰라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다.

이 기업이 이런 연구개발(R&D)을 지속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도태됐고, 렌즈는 일본이나 독일에서 수입해야만 했을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R&D를 하지 않고 하나씩 도태돼 간다면 우리나라 제조 경쟁력은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샤오미와 보조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제조 경쟁력은 더 침체될 것이다. 보조배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가 요구될 새로운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2017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5인 이상 중소 제조기업 12만개 가운데 68.6%인 8만8000개 기업은 아예 R&D 투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R&D 투자를 하고 있는 4만여개 기업의 R&D비 총액도 8조7000억원으로 주요 대기업 31개사의 R&D 투자 24조5000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여기에 최근 중소기업 경영 환경은 더 어려워지고, R&D 투자에 대한 열의도 점차 식어 갔다.

기업은 R&D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비록 경영 환경이 어렵다 해도 R&D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 앞에서 든 중소기업과 같이 새로운 가공 방법이라도 찾으면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인건비, 국경은 기술로 넘을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리쇼어링은 남 얘기가 아니다.

국가도 지속해서 중소기업의 R&D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연구기관이 연구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기업에 이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함께 기업 현장 기술에 대한 새로운 전환도 필요하다. 여기에도 도전과 창의가 필요하다. 비록 보조배터리 기술이나 렌즈 가공 기술이지만 새로운 생각,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하도록 하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R&D 예산 2배 확대를 국정 과제로 내걸고 중소기업의 기술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기관, 대학, 중소기업이 어우러지는 개방형 혁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고 있다.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지원 조직도 효율화하려 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어렵다고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내 보기 바란다.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중소기업이 먼저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최철안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seadream@tip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