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VR 경쟁력 확보 시급하다

국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전자신문과 광개토연구소가 조사한 '4차산업혁명 IP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VR·AR 특허 건수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등록 건수 면에서 일본에 비해서는 절반, 미국과 비교해서는 무려 14%에 불과했다. 미국은 2008년부터 1만1063개 특허를 등록했다. 일본은 10년 동안 3036개로 2위였다. 우리는 같은 기간 1635개 관련 특허를 등록하는 데 그쳤다. 미국·일본에 이어 3위를 지켰지만 이들 두 나라에 비하면 규모 면에서 크게 뒤처졌다.

이미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은 선진국에 크게 밀린다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우리보다 한참 뒤처져 있던 중국도 턱밑까지 따라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세계 시장에서 갈수록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전통으로 우리가 강한 분야에서 계속 밀리는 형편이다. 기술이 범용화된 분야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위안할 수 있다.

그러나 VR·AR 분야는 다르다. 주요 선진국이 미래 기술로 점찍은 분야다. IP분석 자료에서 보듯 이 분야 특허를 확보한 기업은 대부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엔비디아, IBM, 인텔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소니, 엡손, 캐논, 도시바, 파나소닉, 후지쯔 등이 관련 특허를 과점했다. 그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분야는 늦었더라도 VR·AR 분야는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하드웨어(HW) 중심에서 소프트웨어(SW), SW 가운데에서도 콘텐츠 비중이 날로 늘어 가는 기술 흐름을 볼 때 VR 분야가 격전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짙다. 국내에서도 단순 시범 서비스 형태가 아니라 상용화를 염두에 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서둘러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