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진출한 중국 배터리, 윈윈 모색해야

중국 주요 배터리업체 마이크로베스트가 한국에 생산 공장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시장으로만 여겨 온 중국이 우리 안방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대림그룹과 중국 하이거·마이크로베스트, 피라인이 국내 전기버스 및 전기차 배터리 제작·생산라인 구축 협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마이크로베스트는 2006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배터리 업체다. 하이거는 1998년에 설립된 버스 제조사로, 전기버스를 생산하는 중국 회사다. 이들이 국내에 배터리·전기버스 생산 공장을 설립하면 배터리 강국 한국에 진출한 중국 첫 번째 기업이 된다.

정부 지원을 업고 공세를 펼치던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계가 요즘 어렵다. 제조사 난립과 과잉 생산이 원인이다. 2020년 보조금이 폐지되면 상당 기업이 문을 닫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때가 되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차별받고 있는 우리 업체들의 중국 내 선전이 기대된다.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한국 고밀도 배터리는 중국 제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중국 배터리 업체의 한국 진출에는 기술력을 쌓으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한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 배터리 업체 공세는 분명 부담스럽다. 세트 산업을 넘어 이제 우리 강점인 배터리 시장까지 접수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도 이를 잘 활용하면 윈윈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대림그룹 등 한·중 4개사는 부분조립생산(SKD) 방식 전기버스 및 배터리팩 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국내와 해외 시장까지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전기버스와 트럭 등 아직 전기차 시장이 열리지 않은 미래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도 국내외 틈새시장에 진출하면서 중국 업체와 협력, 윈윈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중국 시장은 넓고, 우리 기회도 곧 커진다. 배터리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 산업을 키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