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화하는 한류, 다양한 산업 동반성장 기회로 삼아야

심윤보 아띠글로벌 대표
심윤보 아띠글로벌 대표

최근 방탄소년단(BTS)이라는 K팝 아이돌 그룹 인기로 연일 고무되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에서 문화훈장을 수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BTS가 방탄소년단인지 모르고 있던 사람도 많았다. 이제는 유엔 뉴욕본부에서 연설하고 시사 주간지 타임 표지를 장식하는 아이돌 그룹의 거침없는 행보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창업 초기 중국 현지에 매장을 열고 온·오프라인연계(O2O) 소비재 플랫폼으로 역직구 사업을 하려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직격탄으로 불가피하게 철수했다.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무역과 관광을 아우르는 사업을 고민하면서 케이박스(K-BOX)라는 한류 상품(K-Product) 수출 플랫폼에 착안했다. 일본·홍콩·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한·싱가포르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까지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K팝을 사랑하는 글로벌 팬들이야말로 가장 큰 한국 제품 수요자이자 홍보대사임을 체감했다.

일본에서는 K팝 공연에 엄마와 딸이 함께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는다. 2000년 초반 드라마 '겨울연가' 주인공인 '욘사마' 배용준씨를 좋아한 1세대 한류 팬 엄마들과 세대를 거듭해 가며 한국 문화를 향유하는 현상에서 자연스러운 세대 간 소통을 목격했다. 지난 10년 동안 K팝 공연을 접하기가 어렵던 러시아에서는 올해에만 대규모 한류 행사가 두 차례나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정상회담이 촉매로 작용했다. 그동안 유튜브로만 접하며 열망해 온 한류를 직접 접한 10대, 20대 젊은이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아시아 팬보다 더한 적극성을 보인 새로운 문화 향유 형태를 느꼈다. 한국으로 꼭 유학을 오고 싶어 하는 러시아 소녀와 한국 여행이 꿈이라며 장대비를 맞아 가며 K팝 행사 자리를 끝까지 지킨 베트남 친구도 기억에 남는다.

K팝은 진화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Q팝이 출현했다. K팝과 카자흐스탄 방식 해석이 더해진 신조어다. 카자흐스탄은 2020년까지 키릴 문자를 라틴 문자로 전환해 국가명을 K가 아닌 Q로 적는다. Q팝 출현은 한류가 더 큰 확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K팝 인기는 한글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세계 172개 세종학당 수강생들로 이어졌다. 필자도 해외에서 만난 학생들이 작문 시험 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궁금한 내용을 문의해 오는 바람에 가끔 한국어 선생님이 된다. K팝을 사랑하고 한글을 공부하는 외국인들은 음악, 한글, 한국 드라마(K드라마), 한국 영화(K무브), 한국 예술(K아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로 연결된다. 한국 음식(K푸드), 한국 뷰티상품(K뷰티) 등 산업으로 확장되며 문화와 산업 간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런 한류 인기가 지속되고 더 큰 산업 효과로 이어지려면 양방향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카자흐스탄, 일본, 러시아 등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류 전파 양상은 다변화되고 있다. 한 방향이 아닌 양방향 소통 창구를 마련, 한류 관련 성공 사례와 빅데이터를 모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문화에 맞게 현지화를 추진해야 한다.

한류 붐으로 다양한 산업군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장기·거시 관점에서 한류 문화(K컬처)라는 생태계로 봐야 한다. BTS라는 아이돌 출현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노력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2005년 초 국무총리실에서 주최한 '한류대책회의'는 한류가 문화체육관광부 틀에서 벗어나 범정부 종합 대책 대상이 되는 계기가 됐다. 이는 현재까지 이어졌다. 한국, 한국 문화, 한국 상품을 사랑하는 팬들과 상호 소통하는 통합 창구를 마련한다면 세계 속 한국 소프트파워가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도 새로운 한류 글로벌 붐을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미 구축된 세계 K팝 팬덤 네트워크를 통해 음식, 뷰티상품 등 다양한 제품의 해외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민·관 협력을 통한 시너지로 한류가 세계 각국 사회·문화 배경 및 환경에 맞게 진화할 때 예전처럼 일시성 인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된 글로벌 문화 역사가 될 수 있다.

심윤보 아띠글로벌 대표 bestybsh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