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바퀴달린 AI 로봇...자동차로 몰리는 ICT기업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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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웨어러블을 너머 이제는 카커머스 경쟁이 본격화했다.

자동차에 인터넷을 연결하는 시대를 지나 곧 도래할 자율주행차에 커머스를 이식시키려는 조금은 빠른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첫 실험을 국내 대표 자동차 제조사 현대자동차가 시작했다.

글로벌 IT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몰려들고 있다. 이른바 '비인격체 결제(머신 페이먼트) 시대'의 도래다. 냉장고 등 가전기기에 커머스 플랫폼을 연결하는 시도도 잇따른다. 하지만 자동차는 높은 기술과 완성도가 필요하다.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드라이버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다. 본인인증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사와 세계 IT기업이 자동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자동차가 가장 훌륭한 결제 수단, 가장 많이 쓰는 지갑으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스마트 홈, 숍과 인터넷의 만남 e테일, 길거리가 인터넷과 만나면 스마트시티가 된다.

이제 자동차가 인터넷을 만나 커넥티드 카로 진화한다. 여기에 금융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의 최종 결합으로 불리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는 실제 서비스가 시작된 사례는 거의 없다. 한국이 한발 앞서 자동차 결제'라는 거대 시장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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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몰리는 IT기업…스마트폰 다음은 자동차

카 커머스의 시작은 인터넷이다. 실제 자동차 내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 원격진단, 정비 입고 촉진, 운전자 특성에 따른 각종 지원 서비스를 구현했다. 자동차 위치정보와 스피드, 엔진, 각종 센서 등을 결합해 정보를 수집한다.

구글, 바이두 같은 검색엔진 기업, 애플, 삼성 등 전자제품 제조사, 아마존, 알리바바 등 e커너스 기업, AT&T, NTT도코모 등 통신사업자까지 미래 먹거리로 자동차를 꼽는다. 실제 아마존은 포드와 제휴해 음성비서 알렉사를 탑재했다. 자율주행에 구글을 웨이모 접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바이두는 아폴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애플, 바이두, LeTV 등 글로벌 기업은 스마트폰에 이어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플랫폼 선점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운용체계(OS)를 장악하고 다양한 콘텐츠 등을 커머스 플랫폼에 녹여 막대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카플레이,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각각 자체 개발하고 있다. 아우디, 폭스바겐, 벤츠, 포드, 볼보, 제너럴모터스(GM), 현대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제조사와 손잡았다. 바이두도 카라이프, LeTV는 IoV라는 플랫폼으로 각각 아우디 및 폭스바겐 등과 협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단일 차량 시스템을 넘어 차량간통신(V2V)을 통한 결제 서비스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도 뛰어들었다. 비자카드는 차량 자체가 신용카드가 되는 자동차 결제 서비스를 혼다 차량에 탑재해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재규어는 영국에서 석유 기업 셸과 협력, 주유요금을 자동 결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차량 안에서 페이팔이나 애플페이로 결제한다. 다임러그룹은 모바일결제 업체 페이캐시를 인수, '메르세데스 페이'를 준비 중이다.

BI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커넥티드카 서비스 및 하드웨어(HW) 산업 규모는 2015년 500억달러(약 57조원)에서 2020년 1600억달러(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든 것이 IoT로 연결되고 그 중심에 자동차가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할 경우, 파생 서비스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컨설팅사 PwC보고서에 딸면 자동차업계 시장규모는 2015년 5조달러에서 2030년에는 7조8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자동차 직접 매출은 49%에서 44%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불균형을 커넥티드 카 부문 결제 시장이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에 앞서 신한카드와 GS칼텍스, LG유플러스, 오윈이 손잡고 '커넥티드카 커머스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 바 있다. 자동차가 주유소에 진입하면 유종, 보너스카드 적용은 물론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진다. GS칼텍스는 커머스 연동을 위해 비콘 결제를 도입한다. 주차장도 실제 입·출차 시간을 기반으로 자동 결제가 가능해진다.

◇하드웨어 자동차, SW로 바뀐다

자동차 산업은 대대적인 구조변화를 맞고 있다.

연관 산업도 마찬가지다. 오토론과 리스 등 파이낸스, 보험산업도 자동차업계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군 중 하나다. 하지만 파이낸스는 매출이 계속 감소국면이다. 이익률도 떨어진다. 보험매출도 12%에서 10%, 이익률 14%에서 11%로 동반 하락 중이다.

하드웨어 수익도 격변기다. 엔진과 인테리어 등 하드웨어 수익은 2020년이 되면 절반가량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대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서플라이어가 부상했다. 디지털 서비스다. 디지털서비스는 음악, 동영상, 게임 등 콘텐트 사업과 온라인 쇼핑, 헬스케어 등을 일컫는다. 여기에 셰어링 서비스까지 등장하면서 하드웨어 제조기반 자동차는 SW 중심으로 산업군 자체가 이동 중이다. 수익구조 변화는 결제를 포함한 종합 금융서비스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의 진화는 자동차가 하드웨어에서 SW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B2B 산업이 리테일로 침투하는 계기가 된다. 결제와 보험, 파이낸스 등 종합 금융 패키지가 요동친다.

◇IT와 자동차의 만남...바퀴달린 로봇의 탄생

커넥티드카의 다른 말은 스마트 카다. 바퀴달린 로봇을 만드려는 실험이기도 하다. 사실 IoT분야에서 스마트 카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는건 연결과 확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인공지능 등 여러 기술을 자동차에 전이시켜 각 분야별 플랫폼을 연동시킨다. 기기 호환을 통해 엄청난 소비자금과 서비스 분야가 창출된다.

또 커넥티드 카는 스마트홈, 인포테인먼트 등과 연결되는 중요한 연결 모바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나 모빌리티(1~2인용 운송수단)는 스마트시티의 중요한 연결 이동 수단으로 활용된다. 자동차가 새로운 연결 고리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 ICT기업은 자동차를 '바퀴 달린 인공지능 로봇' 관점에서 접근한다. 후방산업도 들썩인다. 자율주행 시대에 맞퉈 카메라, 적외선, 음성인식, 초음파, MEMS센서, 5G, 사이버보안, 메카트로닉스, 빅데이터 처리, 인공지능 센싱 등 수백가지의 후방 사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