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경제 투톱 '김&장' 교체 가시화…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이슈분석]경제 투톱 '김&장' 교체 가시화…경제정책 기조 변화는

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교체가 기정사실화하면서 교체 시점에 관심이 높다. 이르면 이달 매듭지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5일부터 1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종합정책 질의와 심사를 마치면 이후 예결소위심사에는 차관이 주로 참석한다. 이 때문에 12일 직후 교체 가능성이 높다. 후임자 검증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만이 남았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교체론 배경으로는 '우울한 경제성적표'가 꼽힌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난 지금, '2기 경제팀'을 출범해 분위기를 반전할 필요가 청와대와 여당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두 수장의 불협화음도 교체 주된 배경이다. 정권 초반 소득주도성장을 강하게 추진했던 장실장과 혁신성장을 총괄했던 김 부총리 간 의견차로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우울한 경제성적표…끊임없이 제기된 '불협화음'

김 부총리가 이끈 1기 경제팀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3.1%)하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올해 다시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2.7% 전후 수준을 예상했다.

'일자리 정부'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일자리 참사'도 계속됐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은 32만명이었지만 올해는 '반토막' 수준도 불안하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은 14만명에 그쳤다. 7·8월에는 취업자 수 증가가 각각 5000명, 3000명에 그쳐 '고용 참사'로 평가됐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까지 전월대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하강 국면으로 판단하긴 이르지만 지금 상황을 '회복세'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 경제전문가는 “경기 하강 국면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째 감소하면 하강 진입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불협화음도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부터 경제 컨트롤타워 논란이 가시화됐다. 장 실장이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경제정책 추진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김동연 패싱설'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경제 컨트롤타워는 김동연”이라며 진화했지만 이후에도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간 불협화음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김 부총리는 수차례 경제팀의 '원 팀, 원 보이스(one team, one voice)'를 강조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도 정통 관료 출신 김 부총리와 시민운동으로 경력을 쌓은 장 실장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왔다. “갈등이 없을 리 있느냐”는 게 다수 경제 관료 반응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경력·출신 배경 등이 워낙 다르다”며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겠지만 쉽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3년차…경제정책 재점검 필요

문 대통령은 두 달 뒤면 정부 운영 3년차에 접어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시정연설에서 “여러 해 전부터 시작된 2%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무역분쟁,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경기가 내리막으로 꺾이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경제 기조를 바꾸고 '함께 잘 살기' 위한 성장전략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넘게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중심으로 추진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긍정효과 보다는 부작용이 대두됐다. 산업과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혁신성장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정책적 조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 추진으로 팽배해진 반기업 정서도 전환시켜야 한다.

경제 투톱 교체가 단순한 분위기 쇄신이나 사람 바꾸기가 아닌 정책 변화 내지 유연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 후임 후보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청와대는 교체설에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강력히 부인하던 기존 입장에선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 교체설과 관련해서는 언젠간 인사를 하면 하는 것이지 그전에 확인해줄 수 없지 않겠냐”면서 “통상적으로 모든 정권에서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면 분위기 일신 차원에서 인사는 해왔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말을 아꼈다. 장 실장은 4일 고위 당정청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문제를 내가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인사문제는 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도 이날 같은 자리에서 “지난번에 혁신성장 장관회의 끝나고 말씀 드렸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장관회의 후 “지금이라도 책임지고 싶은 심정이 왜 없겠냐. 단계나 때가 될 때까지는 예산심의를 포함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도리”라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