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석우 두나무 대표 "넥스트 빅뱅은 블록체인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석우 두나무 대표 "넥스트 빅뱅은 블록체인이다"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 릴리퍼트와 블레푸스크는 삶은 달걀 껍질을 깨는 순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 단순히 풍자로만 볼 수 없는 것이 한국 블록체인 시장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누구는 암호화폐가 투기 장이라며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제도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같은 사안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평가를 내린다.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는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이석우 두나무 대표도 달걀을 깨서 그 안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듯하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혁신 사고와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달걀을 어떻게 깨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달걀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해결할 수 없는 여러 사안을 블록체인 기술이 해결할 것으로 자신했다.

블록체인 시장에서 유기적으로 연결 된 모든 활동은 서로의 꿈을 이루고 가꾸어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생태계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종이(중앙일보 기자)에서 출발해 NHN, 카카오, 다시 중앙일보(디지털총괄) 등 인터넷 세상을 거쳐 다음 행선지로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청바지에 후드 티, 흰 운동화를 즐겨 입는 자연인 이석우 두나무 대표를 만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가 목표로 하는 계획을 들어봤다.

-왜 두나무를 선택했나

▲인터넷과 모바일은 생활이 됐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반면에 블록체인은 '넥스트 빅뱅(Next Bigbang)'이 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했다. 여러 기술에만 집중하지 않고 중앙 시스템에서 해결 못한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처음에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블록체인이 갖는 속성과 기술적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육성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암호화폐도 연결돼 있다. 암호화폐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사람들이 주목한건 작년 정도다. 좋은 개발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뛰어난 IT인력이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취직하기보다 돈도 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시장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블록체인 영역으로 유망 인력이 넘어오고 있다. 내년이면 블록체인 실증에 관한 구체적인 여러 프로젝트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 시장에서 암호화폐거래소는 어떤 의미인가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는 걸음마 단계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이용자에게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다. 이용자가 거래소를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면서 활발한 거래가 일어나고 하나의 시장을 형성한다.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이 같은 교류는 기존 경제와도 이어지는 매개체가 된다. 암호화폐공개(ICO) 등 여러 프로젝트마다 갖고 있는 가능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와 스타트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암호화폐가 인센티브 동력 장치가 된다.

극단적으로 중국은 거래소 모두를 폐쇄했고 일본은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누구나 다 거래소를 만들 순 있지만 방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채굴형 거래소까지 등장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거래소 거래량 순위도 2개월 단위로 바뀐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자율 경쟁을 해야 한다. 최소한 규율을 정해놓고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등 여러 실험을 단행해야 한다. 너무 규제 일색이면 혁신이 일어나기 힘들다.

거래소도 갖춰야할 기본 요건이 있어야 한다. 보안인력, 장치 등이 모두 갖춰져야 하지만 완벽한 곳은 찾기 힘들다. 요즘 5000만원만 있으면 껍데기를 사서 거래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거래소 난립은 결국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괴멸시킬 수도 있다.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석우 두나무 대표 "넥스트 빅뱅은 블록체인이다"

-싱가포르 등 해외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싱가포르 거래소 오픈을 시작으로 다양한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 사업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암호화폐거래소는 물론 블록체인 사업은 태생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업비트는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해외 송금이 막히는 등 해결과제도 있지만 지금 기회를 놓치면 도태된다.

업비트는 해킹 피해도 없었고 안정적으로 운영 될 때는 하루 12조원이 거래됐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이 있다. 모바일 사용자환경(UI)도 잘돼 있어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한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차별화 요소가 먹힐 것으로 자신한다.

이전에 증권사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던 온라인 트레이딩 수수료가 최근 0원까지 내려갔다. 수수료 갖고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다.

두나무는 '카카오스탁'이라는 증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 크립토 관련 서비스와 연동 가능하다. 이미 두나무 파트너스를 통해 약 2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투자 대상에는 해외기업도 있다.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 루트원이란 곳이 있다. 전자지갑을 개발했다. 조만간 거래소를 뛰어넘는 혁신 플랫폼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도구가 생기고, 여기에 보안성을 강화한다면 제2 혁신 서비스가 나올 것이다.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건 이 같은 여러 가능성을 내재화하기 위함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사업 외에 다양한 블록체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가

▲투자 전문 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를 통해 유망 블록체인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200억원정도 집행했다. 두나무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256'이 베타 서비스 중인 '루니버스'도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이음새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루니버스는 누구나 쉽게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다. 전문 블록체인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기존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디앱(DApp)을 개발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대중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게임사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거나 증권을 토큰화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식을 토큰화하면 실시간 주주총회를 할 수 있도 배당도 즉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빌딩을 토큰화하면 건물 10억분의 7을 소유할 수도 있다. 캐나다에 '헤이븐'이라는 증권형 토큰 거래소가 설립됐다. 증권을 토큰화해서 거래가 시작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4월에 업비트가 인덱스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여러 움직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해결할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를 무엇으로 정의할 지 결정하는 것이다. 정의가 내려져야 제도를 만들 수 있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석우 두나무 대표 "넥스트 빅뱅은 블록체인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입장이 문제로 지적된다.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해 풀어야할 규제는 무엇이며, 정부가 어떤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가

▲신규계좌 발급이 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당한 기업 활동인 해외 송금이 막혀 해외 진출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분명한 입장에서 나온 문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안이 나오는 등 업계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부 기관의 호응이 없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가제든 신고제든 관련 규제를 만들어 고객이 어떤 거래소를 믿을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룰이 명확해야 이를 감안하고 사업을 할텐데 불확실성 때문에 진도가 안나간다. 소관도 불명확하다. 금융위·금감원에 물어보면 기재부 소관이라고 하고, 기재부에 물어보면 우린 정책을 세우는 곳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 물어보라고 한다. 핑퐁 게임이다. 이미 해외는 혁신 암호화폐거래소가 출현했고, 유망 블록체인 기업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블록체인에 대해 무지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가이던스가 없어 생긴 문제인 만큼 중앙부처에서 명확한 지침을 내리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불명확한 상황이 지속되면 기업이든 소비자든 모두 해외로 이탈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거래소 가입자 추이를 보면 지난 1월 중국 바이낸스거래소 가입자가 급상승했다. 대부분 한국 거래자로 파악된다. 한국내 모호한 상황을 피해 간 사람들이다.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나무를 어떤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가

▲NHN은 포털을 통해, 카카오는 메신저를 통해 각각 웹과 모바일 혁신을 이끌었다. 두나무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다만 다양한 혁신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 저변을 확대하고, 서비스를 대중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블록체인 기술은 웹, 모바일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다. 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리상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 두나무는 기술, 서비스 모두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서비스 최우선은 고객이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시장에서 고객 스스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반응을 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카오 성공 비결이기도 했다.

두나무는 싱가포르를 비롯 다양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진출도 검토 중이고 중장기로는 유럽과 중동, 일본도 진출국 대상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는 서양에 비해 산업화가 늦었다. 새로 출현한 블록체인 산업은 출발 선이 같다. 조속히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를 갖추고 첫 단추를 끼워야한다.

이미 결제사업은 블록체인과 융합을 시작했다. 게임, 증권 등 여러 산업에 블록체인이 이입될 날이 머지 않았다. 암호화폐거래소 투기에서 현명한 투자로 바뀌고 있다. 두나무는 람다256을 통해 블록체인 대중화에 나설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핵심 서비스를 만들려는 곳에 쉽고, 경제적으로, 또 빠르게 플랫폼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술과 사업지원, 토큰 관련 컨설팅도 함께 제공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석우 두나무 대표 "넥스트 빅뱅은 블록체인이다"

○이석우 대표는

1988년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후 1991년 하와이 주립대에서 중국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1994년까지 사회부, 국제부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가 1997년 미국 루이스앤드클라크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으로 넘어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 IBM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IBM에서 IT업계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04년 NHN 법무담당 이사를 맡았고, 2009년까지 NHN 경영정책담당 이사로 일하다 2010년 NHN 미국법인 대표로 선임됐다.

2011년에는 카카오로 자리를 옮겨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려 놓았다. 카카오 공동대표를 2014년까지 역임했다. 이후 2015년 중앙일보 조인스 공동대표를 거쳐 암호화폐 열기가 한창이던 2017년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증권 애플리케이션 카카오스탁을 서비스하는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이 대표 선임 후 두나무는 '체인널리시스' 도입 결정, 국내 최초 암호화폐 지수 출시, 상장 심사 원칙 공개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암호화폐 투자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로 취임해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과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대담=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