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의 新영업之道]<10>갑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왜 갑의 책무를 남에게 넘기는가

[이장석의 新영업之道]<10>갑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왜 갑의 책무를 남에게 넘기는가

올해 초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청렴도 순위는 180개국 중 51위였고, 경제협력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선 29위였다. 민간기업,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어느 국가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지표이며, 안타까운 현실이다.

많은 공공기관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을 할 때 의사결정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제안 검토와 평가를 외부에 맡긴다. 민간기업도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 업무 담당자 및 관련 부서 관리자 판단과 조직적 의사결정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경쟁 입찰을 전제로 평가마저도 외부인에게 의뢰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 의해 투명성, 공정성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전문가 그룹에게 의뢰한다고 한다.

업무를 맡고 수행하는 직원보다 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외부 평가교수단, 전문가그룹이 수십년 이상 일한 당사자보다 업무와 전략을 제대로 알까. 담당직원이 정상적으로 평가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수백 페이지 제안서 평가를, 외부 전문가그룹(?)은 24시간 내에 처리한다.

이것이 전문성에서 나온 결과일까. 그렇다면 회사와 조직에서 일하는 직원, 관리자, 임원을 내보내고 그 자리에 평가 교수나 전문가를 앉혀야 하지 않겠는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반복된다. 전문성 이유로는 설명이 안 된다.

객관적이며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치자. 그렇다면 자기 직원과 팀 의사결정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모순이다. 자기 직원은 못 믿고, 외부사람을 더 믿는 리더는 없을 것이다. 가족을 못 믿고 다른 사람 얘기를 듣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백 번 양보해서 이런 방식 의사결정에 의해 공정성이 제고되고 회사와 조직에 긍정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차선책으로 받아들이겠지만 내세우는 명분대로 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조금만 세심하게 분석하고 들여다보면 실상은 쉽게 가려진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그러기에 이 현상은 공정성 주제로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지난 20년 가까이 확산된 우리 사회 기이한 현상이다. 이 문제도 원인제공자는 갑이다.

갑인 기업이나 기관이 스스로 당당하지 못하다. 최고경영층을 포함한 갑이 그 조직의 을인 직원을 믿지 못해 생긴 현상이다. 회사나 조직이 직원을 믿지 않으니 직원은 복지부동하고 회사를 믿지 않는다. 담당자가 자신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기보단 보호막 뒤에 숨는다.

이런 갑에 의해 해괴한 양상군자(梁上君子) 전문가 집단이 생겨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산업, 주제, 분야별로 끝없이 세분화, 분업화되고 있다. 전문가 그룹을 관리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믿어야 한다. 직원을 못 믿으면 방법이 없다. 직원이 불필요한 오해에 말려드는 것을 예방하려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경영층과 직원이 함께 극복할 과제지 피할 일이 아니다. 경영층이 직원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공정성을 믿고,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도 믿어야 한다. 그것이 갑다운 것이다.

잘못된 경우가 발견되면 0.1% 관용도 없이 처리하면 바른 프로세스는 자리 잡히고 자발적 '클린(Clean) 문화'가 생긴다.

불필요한 경비 집행은 줄고, 왜곡된 의사결정은 사라지고, 조직의 투명성은 제고된다.

당당해져야 한다.

“내가 책임지고 공정하게 평가하겠다.”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조직과 회사를 위한 판단을 하겠다.”

직원은 직급과 관계없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책무를 피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그것이 책무고, 마땅한 자세다. 소리 없는 작은 갑, 직원은 그럴만한 경험과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누구보다도 정직하다.

투명한 국가, 정직한 사회는 거창한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형식적인 규정, 비상식적 절차, 보여주기식 프로세스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부작용 확대 재생산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공정한 거래, 당당한 거래는 갑이 갑답게, 당당하게 행동할 때 가능해진다.

갑이여, 자신의 책무를 회피하지 말고 당당한 갑으로 나서라.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