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차전지 생태계 조성, 환영한다

이차전지 3사가 차세대 배터리 공동 연구개발(R&D) 기반 육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은다. 세계 시장 주도권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국내 이차전지 3사가 공동 목표로 협력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도 혁신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을 적극 해소, 이차전지 업계가 국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쓴다. 연관 산업 간 협업 등 수요 산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 시장 불확실성도 줄여 나갈 계획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이차전지 3사 대표는 차세대 배터리 펀드 결성과 공동 R&D 협력 등 양해각서(MOU) 2건을 교환했다. 차세대 배터리 원천기술(IP)을 확보하고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중소·벤처기업 육성 펀드를 조성한다. 차세대 배터리 관련 소재·공정·장비 분야 상용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공동 R&D도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차전지는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설 고성장 대표 신산업이라며 업계 공동 R&D 협력과 생태계 조성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차전지 산업은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는 분야다. 중국은 거대 내수 시장과 자원을 바탕으로 전·후방 시장을 키우고 있고, 일본은 소재 기술 바탕으로 종주국 위상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차전지 3사의 차세대 공동 개발 및 생태계 조성 협력 발표는 이처럼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차세대 R&D는 리스크가 크다. 고난도 기술에는 공동 개발이 필요하다. 리스크를 줄이고 성과는 공유함으로써 기초 기술 연구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학계와 연구계 힘도 합쳐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중국이 어느덧 추격자에서 경쟁자로 바뀌고 있어 좀 더 빨리 이차전지 업계와 정부가 이런 노력을 진행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늦지 않았다. 개별 기업 노력과 협력 프로젝트로 산업 기술력을 높이고, 정부가 규제 완화와 비전 제시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