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기관계장관회의, 디테일 없인 성과없다

“우리 실국장들 의견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발언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말이다. 부처 간 의견을 최종 조율하기 위해 만든 자리에서 뒤늦게 뭔가를 확인해 보겠다고 장관이 발언하는 순간 과기관계장관회의 의미는 상실된다.

총리가 주재하는 과기관계장관회의가 11년 만에 '과기 기반 국정 운영' 컨트롤타워로 부활했다. 과기 중심 사회 구축을 위해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임대식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장은 “부처 간 협의가 되지 않은 주제도 안건으로 상정, 장관 간 허심탄회한 토론을 거쳐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과기관계장관회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부처 간 쟁점이 되는 실무 사항을 발굴해 협의함으로써 실질 성과를 찾는 회의로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과기관계장관회의는 국정 전반에 과학과 기술을 반영해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합의 기구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서 협의 사안이 전달되면 회의 전에 부처 의견을 충분히 수렴, 과기관계장관회의 자리에서는 결론을 도출하는 프로세스로 진행해야 한다.

'난 장관이고 실무는 다시 챙겨 보겠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장관에 대해서는 총리가 분명한 '경고'를 줌으로써 효율성과 속도를 높여야 한다. 과기관계장관회의가 해야 할 일은 적지가 않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혁신 성장 정책이 이해관계자, 부처 간 이해 충돌로 방향을 잃고 있다. 규제 방향을 두고 벌이는 부처 간 엇박자는 혼란을 낳고 있다. 과기관계장관회의는 경제·산업·사회 전 분야에 걸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국가 혁신 방안을 논의한다. 영역은 넓지만 논의는 디테일해야 한다.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조정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 부처 간 일부 업무 중복은 불가피하다. 이를 잘 조정한다면 긍정 측면이 더 크다. 그러나 충돌 안건이 다시 국·과장에게 넘어가면 그 결론은 하세월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