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M&A는 규제 아닌 장려 대상…“균형있는 심사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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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간 인수합병(M&A)은 '규제'가 아닌 '장려'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빅데이터·혁신산업 관련 M&A 심사기준 마련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최근 행보에서 M&A 장려 분위기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과거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벤처기업 인수를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주홍글씨로 재단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게 아니라면 대기업의 M&A는 적극 장려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낮은 M&A는 최대한 신속히 심사해 대기업 등의 혁신벤처기업 투자·인수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 계획으로 나온 것이 벤처지주회사 규제 완화다. 정부는 대기업의 벤처회사 M&A를 장려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과도한 조건 등으로 그간 한 건도 실적이 없었다. 공정위는 벤처지주회사 자산요건을 기존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대폭 낮추는 등 제도 개선으로 M&A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기업결합의 신고 요령'을 개정, 대규모회사(자산총액이나 매출액이 2조원 이상)가 회생기업에 출자 전환으로 주식을 취득할 때 사전신고가 아닌 사후신고로 전환해 기업 부담을 낮췄다.

작년에는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해외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심사 기간을 15일 이내로 줄였다. 해당 사안을 경쟁 제한성이 없는 '간이심사' 대상으로 판단, 신고 내용 사실 여부만 심사해 15일 내 심사 결과를 통보하고 있다.

업계는 M&A의 긍정적 측면을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기업결합 심사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A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통제가 없으면 독과점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빅데이터·혁신산업 관련 M&A 심사기준 운용도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공룡기업의 독과점 우려는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도 작년 말 발간한 공정거래백서에서 비슷한 인식을 밝혔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은 기업 신성장 동력 확보, 구조조정을 위한 핵심수단”이라며 “혁신기술과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서 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적극 기업결합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런 분야에서 기업결합이 악용될 경우 기술선점에 따른 시장독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최근 자산이나 매출규모가 미미하지만 핵심기술을 보유해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증가하는데 이런 기업결합은 장래 관련 시장에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경쟁사업자를 봉쇄하는 경쟁 제한행위를 초래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