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여성 과학자,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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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여성 과학자,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올해 여성 과학자 두 명이 노벨상을 수상하며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물리학상)와 프랜시스 아널드 교수(화학상)다.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캐나다 워털루대 부교수로, 위키피디아에도 나오지 않는 무명의 물리학자다. 그에게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긴 것은 고출력 레이저 기술 연구다.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대학원 시절 생애 첫 논문을 발표한 후 59세가 된 지금도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분야다. 그의 사례는 한 가지 주제에 몇 십 년 동안 몰두할 수 있는 연구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우리나라 여성 과학자가 처한 현실은 어떨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이공계열 입학생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28.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34.0%)에 못 미친다. 전체 과학기술인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19.4%)과 여성 연구책임자 비율(8.8%)까지 고려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무엇 때문일까. 이는 여성 과학자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단면으로 2016년 기준 이공계열 산·학·연 기관의 출산 전후 휴가제도 도입률은 99.4%로 매우 높은 반면에 이용률은 18.1%에 불과하다. 육아휴직 제도 또한 도입률이 98.2%에 이르지만 이용률은 고작 16.6%다. 여성 과학자의 일, 가정 양립에 관한 제도화 수준은 높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큼을 알 수 있다.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현장 속에서 여성 과학자는 이중고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 장치와 더불어 여성 과학자로서 겪는 애로 사항을 경청하며 공감해 주는 심리 지원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다. 특히 경력 단절 비율이 높은 30~40대 여성 과학자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소속 기관이 섬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해당 시기에 겪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정부와 산·학·연이 공동 모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일부 기관에서는 여성 과학자 지원을 위한 소통, 스트레스 관리, 감정 코칭 등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과학자가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 과학자가 주도해서 마음의 근육을 길러 경력 단절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마음 챙김 프로그램이 중요하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와 공동으로 여성 과학자를 위한 마음 챙김 과정을 개설,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 시선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바 있다.

사회에서 여성 역할이 중요해지고 그 위상이 높아 가고 있다. 융합 연구가 확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에게 잠재돼 있는 공감과 소통 능력이 요구된다. 여성 과학자가 연구개발(R&D) 현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물론 심리 안정감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성 과학자로서 느끼는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을 진솔하게 터놓을 수 있고, 그들 입장에서 공감해 가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마음 챙김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확산되길 소망해 본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김주봉 본부장 jbkim@kird.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