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력양성 방향

[ET단상]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력양성 방향

4차 산업혁명이 시대 화두다. 새 메가 트렌드가 대두되면 대개 신빙성이 있는지 논의부터 거치게 된다.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이 같은 과정 없이 바로 실행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간 경향이 짙다.

4차 산업혁명처럼 한 트렌드에 대한 확신이 순식간에 퍼지면 어떻게 효과 높게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만 국가 자원과 시간이 집중된다. 이런 급격한 이슈 확산과 관심이 낳을 수밖에 없는 허점이 있다. 다름 아닌 4차 산업혁명을 위한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을 기업 현장에 적용하는 전문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력 불일치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인력 양성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하는 동안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와 유사한 고민을 반복 경험하게 된다. 수년간 시행 착오를 겪은 후 정리한 해결책을 두 단어로 압축하면 '이네이블먼트(enablement)'와 '어댑션(adoption)'이다.

이네이블먼트는 특정 분야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어댑션은 현장 적용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필요 인력을 신속히 양성하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필요한 역량을 갖추게 하는 전자에만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교육이 있어 왔다. 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력을 현장에 투입, 배운 내용을 실전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관련 기술에 대해 숙련된 직원이 현장에서 코칭해 줄 수 있는 여건에서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현장에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해결 능력을 익힌 인력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이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앞으로 전개될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구조에서는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성이 크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 뒤 신기술은 적용에 중심을 두고 직원의 수행 능력을 기르는 방식이 훨씬 효과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몇년 전부터 교육 현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거꾸로 학습법'과 일맥상통한다. 플립드 러닝이라고 불리는 거꾸로 학습법은 수업시간에 들어오기 전에 온라인 과정으로 내용을 숙지한 후 토론 위주 수업을 진행한다. 이 방식은 현장 요구를 먼저 이해한 후 수행 능력을 익히는 방식과 개념이 유사하다.

적용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젝트기반학습(PBL) 방식으로 과정을 디자인해서 진행한다면 수행능력 학습 후 개인이 현장에서 신기술을 적용하며 겪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제는 현장 요구가 정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PBL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장 요구를 반영하는 가장 효과 높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반영한 인재 양성 정책이 올해 시행된 '혁신성장 청년인재 집중 양성 사업'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이슈인 현재 4차 산업혁명 선도 산업 8대 분야에 대해 프로젝트형 교육으로 청년 인재를 기르기 때문이다. 교육 이수 후 바로 실무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적용에 중심을 두고 수행 능력을 쌓는 PBL 방식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4차 산업혁명 현장을 책임질 핵심 인재가 많이 길러지길 기대해 본다.

박재연 SAP 교육사업본부장 ted.park@sa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