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계는 믿음이 필요하다

첸쉐썬은 중국 최초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중국 로켓왕'이다. 마오쩌둥에게 “15년만 준다면 인공위성을 개발하겠다”고 제안한 일화로 유명하다. 첸이 내건 조건은 15년 동안 중간 성과를 묻지 않는 것, 인력과 자금을 꾸준히 지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첸은 1970년 둥펑훙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과 믿음이었다.

정부와 전문가가 서로를 존중하고 믿음을 준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지원을 끊고 성과 보고를 독촉했다면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우주 굴기'는 허언이 됐을 것이다.

국내 산업계에도 믿음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가 서로서로 전문 분야를 존중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 관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이 자유롭게 사업할 환경을 꾸며 주고 기업체가 저지르는 불법·비리를 색출, 엄단하는 게 정부 책무다. 기업은 자기 활동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매출을 올린다. 매출이 발생하면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기업의 사회 환원 책임은 지켜야 마땅하다.

현재 국내 산업계가 처한 정부와의 관계가 그리 따뜻하진 않아 보인다. 현대차를 둘러싼 '광주형 일자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노조, 기업이 엇박자를 내며 난항을 겪고 있다.

과거에도 대기업이 정부가 주도하는 전국 창업 인프라 구축에 동원된 예가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맞춰 마지못해 한다는 반응이 심심찮게 있었다.

정부 사업은 대체로 좋은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냉정한 시각에서 이뤄진 산업 전망과 분석보다도 정치 셈법이 앞선 일도 적지 않다. 기업체 고유 사업에 대해 외부인이 간섭할 때 사달이 나곤 했다.

기업은 글로벌 기업과의 산업 경쟁에 나설 대표 선수다. 자기 사업과 경쟁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판이다. 실기하면 세계 시장 주도권을 빼앗긴다. 패배 대가는 크다. 국내 주요 기업이 흔들리면 일자리 창출도 위태롭다.
지금은 정부가 기업에 뭔가를 요구하기보다 지원하고 북돋을 대상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정부를 믿는다.

[기자수첩]산업계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