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붉은불개미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잊을 만하면 등장하여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곤충이 있다. 바로 '붉은불개미'다. 지난해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사라졌다고 여겼던 붉은불개미가 올해 들어 인천항과 평택항에서 잇달아 붙잡히면서 다시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KISTI 과학향기]붉은불개미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국내에서 붉은불개미 발견된 사례는 총 9번이다. 이중 1~2마리 개체수가 발견된 것이 두 번이고 수십 마리가 발견된 것은 한 번, 그리고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 이상 개체수가 동시에 확인된 것은 여섯 번이다.

문제는 붉은불개미들의 여왕개미가 발견된 대구 경우다. 지난 9월 대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여왕개미가 발견되자 방역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내륙지역인 대구에서 여왕개미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그만큼 붉은불개미 전국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조사에 참여한 방역당국 관계자는 “붉은불개미 여왕개미는 매일 수백개에서 많게는 수천개 알을 낳는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특히 붉은 불개미 외래유해종이어서 이들이 본격적으로 번식하게 되는 경우 국내 생태계의 교란 가능성이 점쳐진다”라고 경고했다.

여왕개미의 발견으로 붉은불개미가 확산될 전망이다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여왕개미의 발견으로 붉은불개미가 확산될 전망이다 (출처 국립산림과학원)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하나로 지정된 붉은불개미

붉은불개미와 여왕개미가 발견된 것을 두고 국내 생태계 교란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외래유해종이 국내 토종들에게 미치는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 유해종이라고 발표한 동·식물 종류는 총 21종으로, 이 중 동물은 7종이고 식물은 14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표적 외래 유해종으로는 한동안 국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던 황소개구리나 베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현재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포함되어 있는데, 붉은불개미 역시 100대 외래종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에 IUCN이 붉은 불개미를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 하나로 지정했을까?

남미 지역이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공격성이 강해서 사람과 가축, 그리고 환경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또 독성까지 높아서 이들에게 쏘였을 경우, 가려움증이나 알레르기성 쇼크 같은 증상도 일어날 수 있다.

붉은불개미에 물려 본적이 있는 남미인들 경험담을 살펴보면 물리는 순간 마치 불에 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 것으로 언급되어 있다. 또 쏘인 자리가 빨갛게 부어오르게 되고 하루 이틀 지나게 되면 고름도 생성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다행히 고름이 생기지 않고 증상이 가려움증 정도로만 그칠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라고 조언하면서도 “하지만 체질이 예민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과민성 쇼크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붉은불개미에 물린 다음 어지럼증이나 두통, 또는 호흡곤란과 같은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여 응급조치를 받은 후 병원 진료를 받아야만 한다는 것이 의료계 입장이다.

붉은불개미의 형태와 특징(출처 국립산림과학원)
붉은불개미의 형태와 특징(출처 국립산림과학원)

◇붉은불개미 본격 생육시 퇴치사업 조치 예상

아직은 붉은불개미 개체수가 국내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 물릴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일정 환경이 조성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습성을 고려할 때 미리 대처방안을 마련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대처방안은 붉은불개미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붉은불개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신고를 한 뒤에 피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다만 공격성이 강하므로 피하더라도 발견 장소에서 대략 100m가 넘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일정 거리 이상으로 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붉은불개미를 발견한 지점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 지역에는 개미집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미집이 있다는 것은 불개미 무리들에게 떼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붉은불개미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흙무덤 모양이므로 미리 기억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며 “야외활동 시 곤충기피제를 발라 접근을 막는 것이 가장 좋지만,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다면 바지를 양말이나 신발 속에 집어넣어 붉은 불개미가 피부에 접촉할 수 있는 길을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붉은불개미 집은 일반적으로 토양에서 높이 30~40㎝, 직경 30~50㎝ 크기 흙무덤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개미들의 집처럼 붉은불개미 집도 입구가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어져 있어서 방제를 위해서는 입구부터 파악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물론 붉은불개미 집이 발견된다면 이는 외래유해종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생육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런 상황까지 진행된다면 방역당국 대처도 외래유해종을 관리하는 단계로 격상된다.

대표적 사례로는 환경부가 2009년부터 DMZ과 국립공원 같은 보호지역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태계교란 생물 모니터링 프로젝트'와 이들을 제거하는 '퇴치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뉴트리아와 베스 등이 이 사업으로 상당한 개체수가 퇴치되었는데, 붉은불개미도 개체수가 늘고 국내에 완전히 터를 잡게 되면 유사한 사업들이 추진될 전망이다.

글: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