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세대 배터리 '차이나 쇼크'

중국 칭다오에너지가 세계 최초로 전고체 전지를 생산한다. 전고체 전지는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차세대 전지로 불린다. 전지 사용 시간이 크게 늘어나 전기차 편의성을 크게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중국, 일본이 떠오르는 이차전지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래 시장에 한 걸음 먼저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중국 기업이 차세대 전고체 전지를 가장 먼저 양산한 것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중국 전지 산업이 세계 최강으로 올라설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산 배터리는 싸지만 품질이나 기술력에서 뒤진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배터리 시장 '아이폰'으로 불리는 차세대 제품에서 앞서나가면서 이런 이미지를 단번에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술 경쟁력이 높다는 일본 토요타나 독일 콘티넨탈 등도 전고체 양산 목표 시점은 2021년이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늦은 2025년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중국산 배터리 품질이 받쳐 주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동반 성장,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차세대 전지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달성하면 값 싸고 질 좋은 배터리로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처럼 '승자 독식'이 가능해진다. 배터리 경쟁력이 전기차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 전기차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일격에 한국과 일본 기업 차세대 배터리 개발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문제는 어떤 산업이든 '선점효과'를 깨려면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발 주자보다 품질과 가격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장치 산업이다. 장비, 소재 등 협력사도 힘을 합쳐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국내 휴대폰 산업 생태계가 '아이폰 충격'을 단기간에 이겨냈듯 배터리 업계에서도 '차이나 쇼크'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배터리가 밀리면 전기차 시장도 밀린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