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무능한 정부'

[데스크라인]'무능한 정부'

'무능한 정부'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근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언급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를 향해 '무능한 정권' '무능한 정부'라는 지적을 곧잘 한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일반 수사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행사장이나 식사 자리에서 만나는 산업계·학계 인사도 '정부가 무능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들 모두가 야당 관련 인사는 아닐 테니 현 정부에 대한 '무능' 관점이 특정 정치 성향을 띠는 이들의 소수 의견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능(無能)'을 사전에서 풀어 놓은 뜻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어떤 일을 해결하는 능력이 없다'가 나온다. 이는 뭔가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와 경험 많은 인사로 꾸려진 청와대, 정부가 왜 이런 말을 듣게 됐는지 안타깝다.

현 정부 무능함은 여러 곳에서 불거졌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면 고용지표 하나만은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소득 주도 성장'에 힘을 실었지만 소득이나 분배 통계는 나아진 게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탈원전도 무능의 한 사례다. 탈원전 정책을 선택했다면 그로 인해 수반될 문제를 미리 풀어야 했다. 갑작스런 정책 전환으로 원전 생태계는 아우성이다. 수출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땅엔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남의 나라엔 원전을 팔겠다는 기묘한 공식을 뒷받침할 노벨 경제학상급 논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존 지지층에서 좋은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다. 시민·노동 단체는 대통령 선거 전에 내세운 것에 비해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며 불만이 높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능한 정부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 부처 공무원은 어제도 그제도 같은 사람들이니 그들만을 탓할 바는 아닌 것 같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장·차관은 정책을 집행하면서 성과를 거두는데 모자란 측면이 있으니 당연히 책임이 있다. 전체 그림을 제시하며 조율하는 청와대 또한 책임이 크다. 정부 정책과도 종종 엇박자를 내는 여당 역시 책임론에서 비켜 갈 수는 없다.

물론 책임의 귀착점은 문 대통령으로 향한다. 문 대통령이 결정한 정책 방향이고, 임명한 인사들이다. 이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도 문 대통령 몫이다.

지난해 직전 대통령 탄핵 속에 갑작스레 출범한 정부다. 과거 정부에 비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을 결정·집행하는 것도, 성과를 내는 것에서도 부족함이 생길 수 있다.

어느덧 국정 2년차를 접고 3년차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내년에도 '무능한 정부' 소리가 반복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정부 부처가 뛴들 제자리걸음에 그친다. 논란이 많은 정책을 재검토해서 수정·보완하는 게 시급하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