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형발사체, 아직은 갈 길 멀다

지난달 28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는 한국형 시험발사체 '누리'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발사는 성공했다. 성공 요건인 '140초 엔진 연소'를 초과해 151초 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결과를 두고 찬사가 쏟아졌다. 벌써 한국형발사체 사업이 거의 끝난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7부, 아니 8부 능선을 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섣부른 예단이다.

시험 발사 의미를 폄훼할 의도는 없다. 이번 일은 전에 없던 큰 성과다. 1990년에 태동한 우리나라 우주개발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75톤급 중대형 액체연료 엔진을 발사체에 활용, 발사 성공을 끌어냈다. 국민 가슴에 '우리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엔진을 가지게 됐다'는 자신감을 아로새겼다. 나로호에 러시아제 엔진을 쓰면서 남아 있던 콤플렉스를 말끔히 씻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발사 성공은 전체 과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엔진 하나를 시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부 성공이 전체 발사체 개발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도 지금의 성과를 자부하되 취해서는 곤란하다.

누리호 발사는 2021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때까지 이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과제는 '클러스터링' 기술 구현이다. 누리 발사체 1단은 이번 시험발사체에 쓴 75톤급 엔진 4기를 엮어 사용한다. 300톤에 이르는 추력을 내야 한다. 규모와 성능이 월등한 만큼 불안 요소도 산재해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열, 진동, 엔진 간 추력 불균형 등 문제를 확실하게 해소하고 대비해야 한다. 이 밖에 개발 과정 곳곳에서 추가로 생겨나는 문제들을 이겨 내야 미연의 사고나 발사 연기를 막을 수 있다.

누리호 발사는 국가 숙원 사업이다. 이번 시험 발사 성과에서도 보았듯 반향도 크다.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를 쏟아 부은 사업이다. '실패 없는 성공은 허황된 꿈'이라지만 실패는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 연구진이 이번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매진해서 2021년에 누리 발사가 성공리에 마무리되길 기원한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