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지정 추천 단계부터 '중기보호' 논리 쏠림 방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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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도 실효성, 지정 과정의 적절성 등에 문제가 제기된다. 관련 조합·협회 혹은 기업에서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신청을 하면 대다수는 지정 추천 의견으로 이어진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중기간 경쟁제품 찬반에 초점을 맞춰 논의가 진행돼 지정 추천을 철회하기 힘들다. 특히 전통산업과 신산업 등 산업 구분을 두지 않고 지정 요건 타당성을 검토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외에 제3자 기관도 지정 추천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산업과 전통산업을 구분해 지정 추천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정 추천 단계부터 제3자 참여 늘려야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는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이고, 공공기관 연간 구매실적이 10억원 이상인 품목이면 지정 대상요건에 부합한다. 중소기업 10곳 이상이 지정 신청을 하면 중기중앙회에서 지정 신청을 검토한다.

문제는 일부 기업과 협회가 의견을 취합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추천서를 내면 곧바로 중기중앙회가 주관하는 공청회·조정회의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는 지정품목 타당성·적정성을 검토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품목은 지정 추천 의견을 낸다. 이후 중기부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거치고 운영위원회 심의까지 돌입한다. 업계에서 지정 추천 의견이 들어오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까지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구조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나 협회가 일정 양식만 갖추면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신청이 된다”면서 “(중기중앙회에서는)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검토 대상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중기간 경쟁제품 첫 대상으로 지정된 3D프린팅 품목도 무리 없이 조정회의 안건에 올랐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 품목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적정 예외 비율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3D프린팅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을 염두에 둔 채 논의가 이어진 셈이다.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에 반대한 3D프린팅 업체 한 관계자는 “지정 신청이 들어왔을 때 지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회의를 진행하는 중기중앙회와 중기부 성격, 현 정부 기조상 지정 철회가 힘들 것이라고 봤고, 예외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전 품목 3년 일괄 적용?…신산업과 전통산업 구분해야

한번 지정되면 3년간 지속되면서, 산업 변화 속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한 번 지정된 품목은 재지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3년간 공공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를 배제한다. 공공시장에 한해 대·중견기업 참여를 막고 중소기업이 커나갈 발판을 만든다는 취지다. 그러나 특히 이제 막 싹이 트는 신산업에는 3년이라는 시간은 산업을 위축할 수 있다. 더구나 연이어 규제가 진행되면 업체 생태계까지 바꾼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구 산업이 대표 예다. LED 조명기구 산업은 2012년 중소기업 적합업종, 2015년에는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2015년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동부라이텍·아이콘트롤스·SKC라이팅·포스코LED·현대LED·한솔라이팅 등 다수 대기업이 참여했다. 지금은 삼성전자·LG전자만 LED 조명 관련 사업을 벌인다. 삼성전자도 LED 사업 조직 개편 얘기가 나올 만큼 업황은 좋지 않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신산업은 특히 경쟁이 심하다”면서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기업 투자 등이 중단되면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대기업도 공공시장에서 레퍼런스를 만들지 않으면 해외 진출을 할 때 내세울 게 없다”고 덧붙였다.

◇부작용 줄이도록 제도 개선해야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제도를 일부 바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신산업 분야가 많아진 만큼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도 손질을 거쳐야 한다는 제언이다.

중기간 경쟁제품 제도는 2006년부터 매년 지정을 통해 품목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3D프린팅 등 신산업 분야도 지정 대상 품목이 됐다.

우선 지정추천 단계에서 중기중앙회 외에 다른 기관과 부처가 참여해 논의 객관성을 갖춰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기중앙회가 공청회와 조정회의를 주도하다보니 중소기업 보호에 논의 초점이 쏠리기 때문이다. 또 신산업과 전통산업을 구분해 신산업에는 시행 기간을 줄이는 등 보완책이 요구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신청 품목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중기중앙회·중기부 외에 객관성을 갖춘 제3자 기관도 지정 신청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육성 기조를 갖춘 신성장 산업은 기존 산업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