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운전자론

[데스크라인]운전자론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2탄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극 전개 신선함이 떨어지거나 스토리와 결말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객이 느끼는 한계효용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맛있는 사과와 귤 역시 한두 개는 맛있지만 많이 먹으면 물린다. 각종 시나리오와 추측이 난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은 이런 측면에서 우려된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찾더라도 지난 4월 판문점 감동과 감흥이 재현될 지는 의문이다. 김 위원장 답방이 우리 정부 지지율 반등 모멘텀이 될까. 상승하겠지만 상승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역사 사건이었다.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4·27판문점 선언은 일촉즉발에 놓인 전쟁 발발 가능성을 해소시켰다. 큰 성과다. 그날 이후 탄도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대량 살상용 무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우리 국민은 전쟁 발발 불안으로부터 벗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당시 상당수 국민이 높은 지지를 보냈다. 외교 노력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지난한 과제다. 현 정부는 뚝심 있게 한반도 운전자론을 잘 수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마주하는 싱가포르까지 택시를 몰았다. 이제는 매듭을 잘 지어야 할 때다. 북핵 문제 본질은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최종 숙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떠올리면 남북관계와 적폐청산이 지난 18개월을 상징하는 것처럼 연상된다. 북핵문제와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는 엄중한 문제였다. 그러나 적폐청산 피로도는 점점 쌓여 가고 있다. 핵문제를 둘러싼 남북 간 전쟁 발발 가능성도 상당히 해소됐다.

2018년 겨울, 국민 관심사는 무엇일까.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시장 상인, 기업인, 자영업자 등 경제 주체들이 하나 둘 무너져 간다. 자영업자 한숨과 소상공인 주름은 깊어 간다. 식당과 상점 등 가게 열 개가 문을 열면 일곱 개가 간판을 내린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평균 폐업 비율은 72%다. 기업도 국내 투자를 최소화한다.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이제는 대통령이 '경제 운전자론'을 내걸어야 한다. 북핵 실마리를 풀던 한반도 운전자론을 실천한 것처럼 한국 경제를 잘 몰아야 한다. 국민 관심사가 불과 8개월 사이 많이 달라졌다. 남북정상 간 만남이라는 역사 사건 관람객이 되기에는 현실이 냉혹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영하의 기온처럼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기업들 투자 심리는 이를 반영한다. 한 진보 경제학자는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에 비유했다.

현 정부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졌다. 1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소폭 반등했지만 49.5%를 기록했다.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경제 문제를 외면하거나 생각이 다른 의견을 무시하는 건 위험하다. 특히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라는 정치 진영 논리로 경제 문제를 접근하는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선성장, 후분배' 논리가 지배했다. 복지와 분배를 국정 주요 철학으로 내세우는 현 정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성장과 투자가 있어야 분배와 복지 여력도 생겨난다. 지금보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정부를 기대해 본다. 역주행이 아니라면 차로 변경은 필요하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