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글로벌 스탠더드와 로마법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한국은 시장 규모가 상위권도 아니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성숙, 포화 단계여서 전체 전략에서 밀립니다.”

인터넷 역차별 관련 논의와 규제에 대해 글로벌 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한국 처지에서는 역차별이지만 해당 기업이 보기에는 시장이 후순위로 밀린 것일 뿐이란 이야기다.

글로벌 기업 한국 정책은 무관심에 가깝다. 애플은 올해 말까지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인정받아야 앱스토어 사업이 정상으로 가능하다. 12월 현재 애플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은 진행형이다. 다른 사업자들은 이미 과정을 마쳤다. 애플이 최대한 협조키로 하면서 운영 중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임위 속이 탈 뿐이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직접 구매 이용자가 미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애플케어 플러스에 가입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했다. 미국과 일본은 현지에서 애플케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가입이 어렵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최근 발생한 AWS 서울 지역 장애 관련 정부 현장 조사를 미뤄 달라고 요구했다. 관계자들이 미국에서 열리는 내부 행사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글로벌 기업의 무관심과 오만함을 국내법으로 다스리겠다는 시도는 종종 오발탄이 된다. 최근 국회가 통과시킨 '부가통신사업자 실태조사 법제화'는 구글·페이스북 견제 의미도 있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에는 직격탄이다. 드루킹으로 촉발한 정치 공방이 영향을 미쳤다.

한 정부 관료는 “최근 국회가 집중하고 있는 역차별 관련 규제는 유럽연합(EU) 등과 공조를 이룰 때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우리 힘만으로는 균열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로마법만 들이대서 될 일이 아니다. 한국을 거점으로 큰 기업들이 세계 표준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