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공기업 사내벤처와 일자리 창출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사내벤처는 기존 기업이 사내에 독립된 새로운 기업을 조직해 자금을 투자하고 경영을 지원함으로써 기존 사업과 전혀 다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모기업은 사내벤처를 통해 우수한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을 방지한다. 또 사내벤처는 모기업으로부터 자금 공여와 기술, 경영 지원과 함께 고용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기업 지원을 통해 성장한 사내벤처기업이 분사(spin-off)해 모기업과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GE, 인텔, 3M과 같은 미국 대기업은 사내벤처를 활발히 형성해왔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는 2010년 구글 개발 인력이 설립한 사내벤처 나이언틱(Niantic)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나라 사내벤처는 2000년대를 전후해 소사장제를 효시로 시작됐다. 네이버, 쏠리드, 인터파크, SK엔카 등이 모기업을 배경으로 성장한 국내 대표 벤처기업이다. 세계적 건축 소프트웨어(SW) 개발회사인 마이다스 아이티는 1989년 창업 당시 공기업이었던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에서 사내벤처 1호로 출발했다. 한빛EDS는 1999년 한국전력공사 사내벤처에서 분사, 직원 4명으로 출발했다. 한국감정원은 2002년 사내벤처 1호 리파인을 분사해 현재 연매출 200억원, 일자리 123개를 창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이 사내벤처 운영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기관은 해당 분야 인프라와 기술력을 수십년간 축적해 왔으며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가진 경우도 많으므로 사내벤처 창업에 강점이 많다. 공공기관의 사내벤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고 신시장 개척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면 그 결실은 공공영역뿐만 아니라 민간으로 확산될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정책목적성을 지니고 주어진 목적사업만 수행하고 있으므로 혁신적인 신사업을 직접 시도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사내벤처가 아니라면 이러한 사업 기회조차 없다. 공공기관과 그 소속 직원이 축적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이를 사업화하지 못해 사회에 환원하지 못하고 사장된다면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에 '2018년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참여기업을 두 차례 공모했고 그 결과 선정된 총 40개 기업 중 공공기관은 한국감정원 등 11개 기관이다. 공공기관이 사내벤처팀을 발굴하고 지원하면 정부가 연계해 사내벤처팀 사업화와 세제지원 및 분사 창업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내벤처가 분사하는 경우에도 창업기업으로 인정해 여타 창업기업과 동일한 소득세·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사내벤처를 육성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동반성장지수 우대 폭을 확대하고 사내벤처 지원을 위한 출연금의 3배를 기업소득에서 차감토록 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사내벤처 육성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개선 사항이 있다. 우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7조 개정을 통해 겸직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 사내벤처 창업 희망자를 공모해 사업을 구체화하고 창업 준비를 할 때 회사 내 TF 형식으로 운영하면 독립법인을 창업하기 전이므로 겸직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본격적인 창업 단계에서는 독립법인을 설립하고 그 대표자나 임원으로 근무해야 하는데 현재는 겸직제한으로 인해 창업희망자가 공공기관을 퇴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퇴사 후 직원 신분으로 복귀하는 것은 특별채용에 해당하므로 더욱 어렵다.

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6조 개정을 통해 현재 연구원만 가능한 사내벤처 창업을 일반 임직원도 겸직을 허용하도록 확대해야 한다. 임직원은 특정 분야 기술개발과 분석 등 제한된 업무만 수행하는 연구원과 달리 영업, 판매, 민원처리 등 현장과 고객 요구(Needs)를 파악할 수 있는 접점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현장과 고객의 욕구에 부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일반직원에게도 창업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네이버, G마켓, SK엔카 등 국내 대표 사내벤처 성공 사례를 보면 창업자는 연구원이 아닌 사업부서 근무 직원이었다. 다만, 심사위원회를 통해 창업대상자를 엄선하고 겸직승인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해 정부와 국민, 국회의 감시가 이뤄지게 한다면 겸직 남발 우려는 없을 것이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 yoonbs@suv.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