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년기획]인공지능(AI), 핵심기술은 늦었지만···맞춤형 추격전략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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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초연결네트워크, 빅데이터와 결합해 경제와 사회 전반을 혁신하는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이다. 파괴적 기술혁신을 통해 산업구조 변화를 야기하고, 사회 제도, 국민 삶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 혁신기술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AI 인력 양적·질적 수준이 여전히 취약하고, AI 투자와 규제 등 인프라 역시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인력 양성, 집중 투자와 더불어 5세대(5G) 이동통신 등 우리나라가 잘하는 분야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맞춤형 전략이 필수다. AI 진화를 위한 핵심자원인 빅데이터를 보다 잘 활용하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동통신사, AI 전문기업, 학계, 법조계, 정당 등 전문가 10인이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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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현주소는

AI는 파괴적 기술혁신으로 생활 속 기기부터 스마트시티, 국가 행정체계 전반에 적용될 전망이다. 산업구조는 물론 사회제도 변화까지 유발한다.

시장조사기업 IDC는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2017년 78억1000만달러에서 2021년 522달러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기업은 산업 간 융합을 촉진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우리 AI 준비 현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는 정부 AI 정책 준비도에 대해 10점 만점 기준 평균 4.2점을 줬다. 8점을 준 전문가도 있었지만, 4점을 준 전문가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책방향보다는 규제 해소가 미흡하다는 점이 정부 준비도가 낮은 원인으로 분석됐다. 시장친화도(규제)가 3.8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1점을 준 전문가가 2명, 4점을 준 전문가가 5명으로 가장 많았다. AI 진화를 위한 핵심자원인 빅데이터 규제가 전진하지 못하는데 대한 박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준비도와 기술력은 각각 5.4점과 5.5점으로, 정부 준비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얻었다. 빅데이터 규제 속에서도 AI 스피커 등 생활 기기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의료 분야 등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된 점이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이유로 분석된다. 전문인력 준비도는 3.8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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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AI 기술력은 미국을 100으로 상정했을 때 78.1에 그쳤다. 81.9를 기록한 중국에도 역전당했다.

미국 대비 기술격차는 일본과 중국이 1.4년, 우리나라는 1.8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규모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중국은 AI 연구개발(R&D)에 연간 6조원, 미국은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23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 경제 규모에 비해 투자가 적다고는 볼 수 없지만, 효과적인 투자 방향 설정과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AI 진화를 위한 핵심 자원이 되는 빅데이터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차세대 네트워크에 힘입어 생산량은 많지만, 활용이 미약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모바일 트래픽 비율이 세계 평균에 비해 10배가 높지만, 데이터 활용률은 세계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은 정부주도로 공공 데이터를 구축하고 개방하는데 있어서는 수준이 높지만, 민간이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등 활동에는 소극적이다.

우리나라는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EU GDPR) 발효 이후, 개인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비식별화 조치를 취한 빅데이터 활용을 논의하는 단계다. AI 자원인 빅데이터 활용이 늦을수록 AI 기술력 자체 진화도 더딜 수밖에 없다.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 부소장(변호사)은 “정부가 법률 개정이 필요한 규제 개선 문제에 대한 실효적인 접근 없이 구호만 가득차 보인다”면서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주체인 이용자 설득을 통한 호응을 얻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돌파구는

우리 정부와 민간기업도 뒤처진 AI 기술력과 산업생태계를 추격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6년 지능정보사회 중장기종합대책에 이어 지난해 5월 'I-코리아 4.0 실현을 위한 AI R&D 전략'을 발표했다. 국가 차원에서 AI 기술 중요성을 인식하고 핵심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한 점은 긍정적이다.

R&D 전략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 잘하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를 구분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외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진 게 현실”이라면서 “우리나라가 AI를 응용하는 산업분야, 메디컬, 로봇, 인지학습 등 잘하는 분야에서 선제 전략을 수립한다면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 IBM 왓슨 등 기술력을 추격하는 동시에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과 융합, 자율주행차 등 글로벌 기술력을 선도할 전략 분야를 선정, 집중 육성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전략도 중요하다. AI 시장 초기부터 내수 시장을 넘어 처음부터 해외 시장으로 타깃을 정해 승부를 보는 것은 플랫폼 측면에서 유의미하다.

김진형 인공지능연구원(AIRI)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과를 내려면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거나 사회적으로 꼭 해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기업 규제도 완화하고 열심히해 성공한 사람은 보상을 하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美·中·日, 인공지능(AI) 주도권 전략 가속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각국이 처한 인공지능(AI) 산업현실을 면밀하게 분석, 맞춤형 국가 전략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국은 AI 기술혁신 역량 확보를 위해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민간과 정부 조화를 추구한다. 정부가 혁신 원천기술을 개발해 민간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핵심기술과 인재양성에 주력한다. 미국은 2016년 범정부 차원 '국가 AI R&D 전략계획'을 통해 11억달러를 투자했다. 미 국방부는 CALO 프로젝트를 통해 수행한 '음성개인비서 연구 부문'을 독립시켜 벤처기업 '시리'를 설립했다. 애플이 2억달러에 인수해 아이폰에 탑재하며 민간에 성과를 이양했다.

도전형 과제를 통한 민간 챌린지 방식도 중요한 특징이다. 2012년 시작한 챌린지닷GOV(challenge.gov) 프로그램으로 자율주행차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등 819개를 해결했다. 원천기술 경쟁력으로 흡수됐다.

중국은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 정부 주도 대규모 투자와 인력개발을 진행한다.

중국정부는 2017년 민관협력 '차세대 AI발전계획위원회'를 설립, 3년간 1000억위안(약 18조원)을 투입한다. AI 인력양성을 위한 '중국대학 인공지능 인재 국제육성계획'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AI 핵심산업 1조위안(약 180조원), 연관산업 10조위안 규모 시장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일본은 저성장 고령화 극복을 위한 국가경제 혁신 수단으로 AI 기술혁신을 가속화한다.

2016년 일본재흥전략을 발표한데 이어 2017년 AI 산업화 로드맵, 신산업 구조비전 등 정부 정책을 통해 AI 기술력 강화를 지원한다.

일본은 AI 연구자 결집을 위해 연구거점을 마련했다. 혁신지능통합연구센터를 개소해 52개팀 3개 연구그룹과 기업협업센터로 구성된 AI 클러스터를 마련했다. 195억엔(약 2000억원)을 투자해 데이터 기반 AI 클라우드 인프라(ABCI) 구축을 시작했다.

프랑스 정부 역시 글로벌 AI 선도 국가 도약을 위해 2022년까지 총 15억유로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AI 전문기업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은 AI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정부지원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AI 국가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국 전략을 참고해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