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대훈 NH농협은행장 "돼지의 해, 디지털과 글로벌로 초격차 실현"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앞으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 디지털 발전 속도가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시대가 옵니다. 2019년 농협은행은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으로 타 금융사와 '초격차'를 만드는데 주력합니다. 수익을 많이 낸 은행이 1등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스며들게 만드는 금융사가 1등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 일환으로 농협은행은 새해 핀테크 꿈의 공간을 서울 양재동에 만듭니다. 아울러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를 필두로 공격적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설 계획입니다.”

연임에 성공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2019년, 경영 화두로 '디지털'과 '글로벌'을 통한 초격차를 제시했다. 새해 국내 경기가 좋지 않고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극복해 갈 계획이다. 특히 한번 인연을 맺은 기업이 성공할 때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는 따뜻한 초연결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이 행장은 올해 농협은행이 최대 실적을 일궜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주먹구구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확고한 디지털 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해 다양한 실행방안을 도출한 이유다.

그는 “무엇을 거두려면 먼저 씨를 뿌려야 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는 법이다. 집을 2층부터 짓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2019 기해년(己亥年), 이대훈 농협은행장이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씨앗을 뿌릴지, 직접 들어봤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2019년 농협은행 최우선 경영과제는 무엇인가.

▲새해 대내외 경제성장이 녹록지 않다. 리스크 부문 선제 대응과 지속성장을 위한 수익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우선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5개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다. 고객과 농업인 중심 신뢰경영을 확립하고 선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 선순환 수익구조 구축을 통해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다. 인적 경쟁력을 확보하는게 금융사 경쟁력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농협은 보수적 이미지가 강하다. 느리다거나 마치 전통 금융서비스 중심 기관으로만 인식돼 왔다. 뭐든지 남들이 하는걸 쫒아가는건 쉽지만 이를 통해 성공에 이르기는 어렵다. 금융 환경이 급변한다. 농협도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을 투톱으로 내세워 기민하고 빠른 디지털 금융사로 전환하겠다.

-'초격차'란 말을 꺼냈는데 농협 디지털뱅킹 전략 핵심은 무엇인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1등을 이어가는 이유는 2, 3위 기업이 도저히 쫒아올 수 없도록 획기적으로 앞서가기 때문이다. 초격차를 만든 것이다. 농협도 타금융사와 초격차를 만들기 위해 새해에 혁신 사업을 다수 추진할 예정이다. 서초구 양재동에 은행권 첫 대규모 디지털 R&D센터를 출범한다. 핀테크 기업뿐 아니라 디지털 신기술 기반 유망기업을 발굴, 육성해 다양한 협력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디지털 R&D센터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최신 디지털 신기술 트렌드 연구와 스타트업 발굴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스타트업에게 공유오피스도 제공한다. 약 200억원 규모 핀테크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사 최대 규모인 2314㎡(약 700평)규모로 스타트업 전용 공유 오피스를 제공한다. 디지털 핵심 키워드인 '연결'을 위한 혁신 사업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 기술과 기업, 기업과 농협을 연결하는 4차 산업혁명 컨트롤 타워로 육성할 예정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해외 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인데 그간 성과와 내년 목표는?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은행의 글로벌 사업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2012년 농협금융지주가 중앙회에서 신경분리되면서 타 금융사보다 해외사업 진출이 늦은게 사실이다. 2013년, 뉴욕에 해외점포를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총 6개국에 7개 점포를 두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 중심으로 꼽히는 인도와 홍콩에도 지점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해외 진출은 국가별 진출전략 수립 후 점포나 법인을 개설하기 까지 현지 규제가 존재한다. 국가별로 다른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농협은행은 올해도 몇 건의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9월, 캄보디아 현지 중규모 소액대출기관 M&A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또 11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대표사무소를 개소해 하노이지점과 함께 베트남 전역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외에 디지털을 입히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계좌기반 직불결제가 가능한 '베트남 QR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 금융기관 중 최단기간 내 사업 인가를 받은 미얀마 법인은 사업 2년차인 올해, 고객 수가 5만명에 육박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구현했다. 다소 해외진출이 늦은 농협은행이지만 디지털 역량과 차별화 요소를 배합해 '상업금융과 농업금융을 동시에 구현하는 차별화 진출 전략'을 수립했다. 새해 초 홍콩 지점 개설을 서둘러 국제 투자은행(IB)사업 허브로 키울 것이다. 인도네시아 진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대훈 NH농협은행장 "돼지의 해, 디지털과 글로벌로 초격차 실현"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해 농협은행은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당초 목표를 20%이상 초과달성했는데 요인이 궁금하다.

▲인사를 조기에 실시해 연초부터 사업 추진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일선 현장을 돌면서 직원에게 중점사업을 공유, 전파하는데 역점을 뒀다. 행장이 잘했다기 보다 직원이 잘 따라주었다. 특히 올해는 우량자산을 늘려 질적 성장을 도모, 이자 이익이 증대된게 컸다.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해 모든 직원이 채권관리에 힘썼다. 이로 인해 대손비용이 대폭 줄고, 전체 손익도 증대됐다. 올해가 안정된 수익기반을 만들었던 해였다면 내년은 지속성장 가능 경영을 통해 선도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본격적인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손익 목표를 1조2800억원으로 설정하고 1조원 이상 순익을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오픈 API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 또한 농협의 디지털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보여진다. 그간 성과와 목표는.

▲2015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열었다. 벌써 3년이 흘렀다. API를 핀테크 스타트업이 활용한 것만 125건이 넘어섰다. 이와 함께 서비스 성능,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도 구축했다. 간편결제, P2P대출, 송금, 자산관리 등 다양한 핀테크 기업 협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150만건, 5000억원이 넘는 거래를 처리됐다.

2016년에는 NH핀테크 클라우드도 선보였다. 40여곳이 넘는 기업이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를 통해 보안환경을 구축했다. 올해 초 유럽연합에서 시행한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을 적시 대응할 수 있었다. 최근 금융당국도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이데이터, 신용정보 선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는 은행권 오픈 API를 기반으로 핀테크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겠다. 오픈플랫폼은 상생을 위한 기반이다. 앞으로 맞춤형 API 사업을 더욱 강화해 스타트업과 연결사업을 공고히하겠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왼쪽)과 홍기범 전자신문 경제금융증권부장이 대담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왼쪽)과 홍기범 전자신문 경제금융증권부장이 대담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년, 각오가 있다면?

▲조직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행장이 되겠다. 앉아서 직원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앉은뱅이 CEO는 필요 없다.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직원 애로사항을 직접 들으며 함께 뛰는 모습을 보이겠다. 1월 초에 동남아시아를 다녀올 생각이다. 홍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발로 뛰고 솔선수범하는 은행장이 되겠다.

올해 초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과태료 약 1100만달러를 낸 적이 있다. 이를 아까워할게 아니라 현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전임 이경섭 행장이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모든 방안을 강구해 문제를 해결주고 갔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현재 이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컨설팅을 진행 중이고, 내년 4월 미국을 다시 방문해 현지 기관과 신뢰관계를 높여갈 계획이다.

또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미국 지점뿐 아니라 하노이, 홍콩 등 해외 지점 등에 동일한 수준으로 접목할 생각이다. 농협이 주창하는 초연결은 사업만 연결하는게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단기, 중기, 장기 비전이 있어야 한다. 농협이 최고 디지털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는 '디지털 농부'가 되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이대훈 NH농협은행장 "돼지의 해, 디지털과 글로벌로 초격차 실현"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농협대학교 졸업 후, 1985년 농협중앙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01년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센터, 경기도청 출장소장을 거쳐 2009년 서수원 지점장, 2012년 프로젝트금융부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 서울영업본부장, 2016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상호금융 대표를 거쳐 2017년 12월, 제4대 NH농협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행장 취임후 NH농협은행은 출범 이래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건전성과 수익성이 대폭 강화돼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달하는 6684억원(6월말 기준)의 당기순익을 시현했다.

이 행장은 현장 중심 스킨십 경영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 1회 '은행장과 함께' 행사를 개최하고 총 37개소에 달하는 영업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애로를 청취했다. 화상회의시스템을 이용한 '은행장 화상회의'를 정례화해 경영전략과 당면현안 등에 대한 대응을 애자일 체제로 전환했다. 기업고객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재무, 인사, 세무 등 기업경영 전반에 컨설팅을 지원하는 체계도 도입했다.

대담=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