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SW 유지관리요율 받지 마라

10년 전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 최대 숙원 사업은 유지관리요율 현실화였다. 지금도 SW 업계가 유지관리요율 현실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수십 년 동안 업계 최대 현안으로 돼 왔다.

SW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공공 부문 SW 유지관리요율은 10.2% 정도다. 정부가 지난해 공공 유지관리요율을 15%로 제시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기업이 받는 SW 유지관리요율은 10% 이하다.

SW 기업은 유지관리요율이 낮아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말한다. 유지관리요율이 현실화돼야 SW 추가 개발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유지관리요율이 낮으니 연구개발(R&D) 재투자가 안 되고, 이는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유지관리요율을 연평균 20% 이상 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은 부러움 대상이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이 문제 해법은 무엇일까. SW 기업은 정부가 민간 수준까지 유지관리요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년이 넘도록 이 말은 꾸준히 나왔다. 법을 개정하고, 좌담회도 수없이 많이 했다. 정부나 공공기관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20년 동안 개선이 안 되는 문제를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는가.

[데스크라인]SW 유지관리요율 받지 마라

해묵은 숙원 사업에 대응책도 똑같아서 논란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아예 SW유지관리요율을 받지 않으면 어떤가. 클라우드 시대다. 해외와 비교해 느리기만 한 국내 클라우드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클라우드 도입 움직임은 대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시스템 전반을 클라우드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SW를 빌려 쓰는 것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SW는 더 이상 기업 PC나 서버에 설치되지 않는다. 원하는 서비스를 택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월 또는 연 단위로 사용료를 받는다. SW 유지관리요율이란 용어 자체가 사라진다. 새로운 형태가 나오면 그대로 서비스하면 된다. 품질 개선을 요구할 필요도 없어진다. 유지관리요율을 높이라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없다. SW 판매 방식을 바꾸면 더 이상 출구 없는 논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클라우드가 대세다. 한때 PC 시대를 주름 잡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발빠르게 클라우드로 전환, 기업 가치가 알파벳(구글)과 애플을 뛰어넘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세일즈포스 등이 촉발시킨 클라우드 서비스는 MS와 구글까지 변화의 물결에 뛰어들게 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강자 오라클도 2세대 클라우드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클라우드 대응 발걸음이 재빨라졌다. 글로벌 기업에 SW 유지관리요율은 이제 더 이상 관심 사항이 아니다. 기존 유통 형태는 매출이 줄고 클라우드 비중이 느는 등 SW 유통과 활용 대변혁기를 맞았다.

[데스크라인]SW 유지관리요율 받지 마라

우리 기업 대응은 어떠한가. 20년 넘게 주장한 숙원 과제를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매달리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스스로 글로벌 변화에 대응해서 제값을 받고 더 많은 서비스를 팔 길을 찾아야 한다. 국내 SW 기업이 정부기관 유지관리요율에 목매고 있는 동안 글로벌 SW 기업은 클라우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모든 인프라와 SW를 클라우드에서 찾고 있다. SW를 구매하고 유지관리요율을 따지는 고객도 사라지고 있다.

김인순 SW융합산업부 데스크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