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5G 시대, 그 중심이 될 실감미디어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12월 1일 5세대(5G) 통신 전파를 처음 송출하며 세계 최초로 5G 시대 시작을 알렸다. 5G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3월부터 일반 고객도 5G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5G와 더불어 떠오를 서비스에 쏠린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미디어가 그 중심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감미디어는 제반 환경 조성에 시간이 필요한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기타 5G 서비스와 달리 그동안 구축된 생태계 기반으로 5G 등장과 함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5G 초기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이 기대된다. 또 4G 등장 이후 모바일 동영상 등 미디어 시장이 성장한 점을 고려할 5G 이후 무선 기반 실감미디어 시장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5G 시대 열쇠가 될 실감미디어 시장은 그동안 VR 디바이스 시장 중심으로 플랫폼과 콘텐츠 시장이 고루 발전해 왔다. 그러나 통신 네트워크 한계로 서비스 제공에서는 불완전한 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VR 체험존 방문객은 VR 게임을 즐기되 VR 헤드셋 위로 연결된 선 때문에 불편했고, 집에서 모바일로 VR 영상을 시청할 때는 낮은 화질과 자신의 움직임을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영상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초고속·초저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5G 환경 속에서는 이러한 불편이 사라진다. 실감미디어 주요 특징인 '현존감'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초고속' 특징으로 실재감 높은 대용량 콘텐츠를 왜곡 없이 전송할 수 있으며, '초저지연' 특징으로 사용자 행동과 환경에 실시간 반응하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는 가상이라는 사실을 잊고 마치 실제로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우선 VR 서비스는 지금까지와 달리 고화질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장소에서 무선으로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움직일 때 방해가 되던 선이 사라지고, 버퍼링 없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VR 대표 단점인 멀미 증세가 없어진다. 최근 다른 단말과 연결이 필요 없는 일체형 VR 헤드셋을 통해 VR 생중계, 인터랙티브 VR 드라마, 개인형 시네마 등 실감형 콘텐츠를 무선으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5G가 본격화되면 곳곳에서 자신의 헤드셋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이 늘 것이다.

또 AR 서비스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AR는 현실 위에 가상 정보를 겹쳐 제공하는 게 주요 특징이다. 실시간 환경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현재 상황과 가장 잘 맞는 정보와 이미지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위치 또는 단순 마커를 활용한 가상 콘텐츠 제공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5G 이후에는 사용자와 콘텐츠 간 끊임없는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져 AR 서비스 수준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렇듯 5G 상용화와 실감미디어의 새로운 도약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 국내 실감미디어 시장 저변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약하다. 실감미디어 사업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플랫폼과 기반 기술 영역에 있어 상당 부분을 글로벌 기업 역량에 의지하고 있다. 교육·의료 영역 등 비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실감미디어 활용 수준이 낮은 편이다.

제대로 된 실감미디어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 미디어 사업에서 보기 어려운 환경·객체 인식, 3D 모델링, 맞춤형사용자환경(NUI),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과 이들이 적용된 실감미디어 전용 플랫폼 확보가 중요하다. 오락 이외 다양한 분야의 실감형 콘텐츠가 개발돼야 균등한 시장 발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장기간 투자와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관점의 발전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국내 실감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정부와 국내 업계가 힘을 합쳐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실감미디어 시장이 만개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훈배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뉴미디어사업단장 kim.hoonbae@kt.com